"너 딥페이크 만들었지" 생사람 잡아 폭행, 보복방서 방송한 10대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3부(부장 김영준)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운영자에게 보복한다며 미성년자 피해자를 감금한 뒤 폭행한 10대 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허정원 기자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자 응징을 명분 삼아 미성년자를 감금한 10대들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일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3부(부장 김영준)는 A군 등 2명을 특수중감금치상죄로 10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피해자 B군을 자신의 주거지에 유인해 가둔 뒤 폭행하고, 이를 텔레그램 일명 ‘보복방’ 채널을 통해 실시간 방송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능욕방’의 운영자인 B군을 응징한다는 명목으로 가혹 행위를 했다.

보복방은 딥페이크 성범죄가 확산하면서 최근 등장한 채널이다. 보복방에선 가해자로 지목된 이의 인터넷 프로토콜(IP)과 가족 연락처 등 신상정보가 무차별 공유됐다. 그러나 무관한 이의 정보가 퍼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사적 제재 우려가 나왔다.

실제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분석 등 조사 결과, B군은 능욕방 운영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B군이 능욕방에 들어간 적은 있지만, 제작·유포 등 운영에 관여한 정황은 없었다. 이들은 “IP 주소를 확보했으니 지정한 장소로 나오라”며 B군을 유인해 감금해 폭행하고 실시간 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한 한 보복방 참여자가 이를 신고했다. 그 후 방송 영상과 대화 등을 통해 장소를 특정한 경찰에 두 사람은 덜미를 잡혔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기소된 10대 외에 폭행에 가담한 나머지 3명도 조사 중”이라며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을 지시한 윗선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달 28일 허위영상물 집중대응 TF를 만든 경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 교환방’을 운영한 30대 남성 C씨를 12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송치했다.

C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직장 동료 등 지인 24명의 얼굴 사진을 이용해 딥페이크 성착취물 128개를 제작한 뒤 다른 성착취물 교환 목적으로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이렇게 그가 소지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은 9789개, 불법 촬영물은 22개에 달했다. 참여자 100여명이 있던 교환방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경찰청에 따르면 10일 기준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513건이다. 이 중 미성년자 251명을 포함한 318명이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딥페이크뿐만 아니라 사람의 얼굴, 신체를 어떠한 형태로든 성적 수치심이 유발되도록 편집·합성·가공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