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술 유출 표적된 K방산..."빼가기 원천 차단" [방산인사이드]
[한국경제TV 배창학 기자]
<앵커> 우리 방산기업들은 K방산 열풍 속 전 세계에서 연이어 터지는 수주 축포에 미소를 짓고 있지만 동시에 기술 유출의 걱정과 우려에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이에 군 당국이 K방산 기술 빼가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안티 탬퍼링(Anti-Tampering)’ 기술을 연구 개발 중인 것으로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사안을 단독 취재한 방산 인사이드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용어가 생소한데, 안티 탬퍼링은 어떤 기술입니까?
<기자> 안티 탬퍼링은 무기체계 기술 보호 기법으로 미국을 비롯한 군사 기술 선진국에서는 상용화되어 있습니다.
무기체계에 안티 탬퍼링이 적용되면 무기의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탈취할 수 없게 됩니다.
연구진이 기술을 빼내기 위해 무기를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역공학, 역설계하는 순간 안티 탬퍼링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핵심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망가뜨립니다.
시스템이 무기를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들어 기술 유출을 막아내는 것입니다.
복수의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방부 소속 연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방산업체 대상의 안티 탬퍼링 기술 연구 개발 사업 공고를 검토 중입니다.
해당 관계자들은 안티 탬퍼링이 수년 안에 사용될 경우 수출용 미사일, 전투기, 자주포, 전차 등에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군이 2020년대 들어 안티 탬퍼링 기술 연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 등 군사 선진국 대비 뒤늦게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하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K방산이 호황기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오는 2027년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 점유율 5%의 세계 4대 방산 강국 도약을 기치로 내걸자, 방산기업들은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린 채 세일즈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K방산은 2020년대 들어 연 평균 150억 달러(약 20조 원)씩 수출하고 있습니다.
올해 수출액은 1970년대 방위산업 태동 이래 처음으로 200억 달러(약 27조 원)를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K방산의 입지가 넓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K방산을 향한 노골적인 견제와 악의적인 폄훼가 방산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때문에 방산기업들은 기술이 새어나갈까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과 현대로템의 K-2전차 등이 국내외로부터 기술 유출의 표적이 되어 경찰이 조사 중에 있습니다.
수십 년 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뻔 했던 것입니다.
이에 국정원과 기업들은 글로벌 방산 4대 강국으로의 퀀텀점프를 위해 방산 기술을 보호하겠다며 방산침해대응협의회를 발족하고, 방산 기술 보호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과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은 최근 “우리나라의 방산 기술 유출 대응이 미흡하다”며 “토종 기술을 지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방산 기술 보호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유관 기관들이 최첨단의 안티 탬퍼링 연구 개발에 사활을 건 것입니다.
<앵커> 안티 탬퍼링이 향후 방산업계에 쓰이게 된다면,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까요?
<기자> 방산기업들이 기술 탈취에 마음을 졸이지 않고 너도나도 글로벌 방산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현재는 국가끼리 혹은 업체끼리 무기를 사고팔 경우 매매 계약서에 기술이 흘러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들을 담습니다.
판매국이나 판매업체가 구매국 혹은 구매업체에 방문하여 무기체계를 분해했는지 실태 조사를 하고, 해체한 것이 적발되면 손해배상금을 청구하고 후속 물량의 공급을 끊어버립니다.
하지만 실태조사 때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입니다.
반대로 한국이 미국 전투기를 무장을 사들이자 실태 조사를 하던 미국이 무장을 뜯은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한 적 있습니다.
하지만 심증은 있고 물증이 없었습니다.
이에 미국은 한국에 몇몇 전투기를 납품할 때 안티 탬퍼링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등 우리 업체들이 미국처럼 기술이전과 현지생산 등 절충교역을 이용해 외국에 무기를 팔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티 탬퍼링 등의 부재로 시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안티 탬퍼링이 국산 무기들에 쓰이게 된다면 시장과 제품이 한층 다각화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는 군 당국뿐 아니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안티 탬퍼링 기술을 연구 개발하며 방산 기술 보호라는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업체 중에서는 LIG넥스원이 국가기술품질연구원과 안티 탬퍼링 기술의 무기체계 적용 영향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앵커> 방산 인사이드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배창학 기자 baechanghak@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