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집 중 4집 ‘1인 가구’, 가구주도 늙는다…2052년 대세는 ‘혼삶’
중학교 교사로 일하다 은퇴한 조모(78·여)씨. 조씨는 2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자녀와 독립한 채 홀로 살았다. 3년 전 인천 서구의 한 실버타운에 입주했다. 조 씨는 “아들 부부가 서울에서 같이 살자고 했지만 거절했다”며 “자녀에게 의지해 생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의 한 건설업체에서 일하는 신모(53·여) 씨는 ‘비혼(非婚)’ 1인 가구다. 신씨는 주말마다 차를 몰고 전국 곳곳으로 캠핑하러 다니는 낙으로 산다. 그는 “주변에서 남편과 아이가 없다고 비정상으로 여겨 답답하다”며 “비혼 중년 여성의 삶이 쉽지만은 않다”고 털어놨다.
중앙일보가 10~12일에 걸쳐 보도한 ‘대한민국 혼삶(혼자 사는 삶) 탐구보고서’ 시리즈에 등장한 1인 가구다. 다양한 혼삶의 풍경이 30년쯤 뒤면 확연한 ‘대세’가 될 전망이다. 보편적 가구 형태로 받아들여지는 ‘자녀 있는 부부’가 되레 희귀해질 정도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2022~2052년’ 결과가 근거다. 이번 추계는 2년 전인 2022년(2020~2050년) 추계보다 ‘가구 다운사이징(축소)’ 추세가 빨라진 게 특징이다.
추계에 따르면 총가구 수는 2022년 2166만 4000가구에서 늘어나 2041년 2437만 2000가구로 ‘정점’을 찍는다. 이후 감소해 2052년 2327만 7000가구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30년간 평균 가구원 수는 2.26명에서 1.81명으로 감소한다.
가구 유형은 2022년에는 1인 가구(34.1%)가 가장 많다. 이어 부부+자녀 가구(27.3%), 부부 가구(17.3%) 순이다. 2052년에는 1인 가구 비중(41.3%)이 더 커진다. 10집 중 4집꼴로 1인 가구다. 이어 부부 가구(22.8%), 부부+자녀 가구(17.4%) 순이다. 가구원 수가 줄며 1인 혹은 부부 가구가 ‘대세’ 유형으로 굳어진다는 얘기다. 2년 전인 2022년 통계에선 2050년 1인 가구 비중을 39.6%로 전망했는데 비중이 더 늘었다.
가구주 연령도 고령화 추세가 두드러졌다. 2022년에는 1인 가구 중 30대 이하 가구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36.6%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2052년에는 70대 이상 가구주 비중이 42.2%로 가장 많다.
김영선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교수는 “흔히 생각하는 1인 가구의 모습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독립·자취’가 아니라 노년층을 중심으로 한 ‘비혼(이혼)·사별·은퇴’ 가구가 향후 대세가 될 것”이라며 “저소득 청년층, 독거노인을 위한 소득·일자리 지원 등 단선적인 1인 가구 대책뿐 아니라 고령층 대다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의료·복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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