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서 주주가 최우선…투자자 위한 경영 실현해야”
밸류업, 주주환원 확대 및 일반주주 권익 제고가 중점돼야
경영권 아닌 주주권 보장 촉구…권리 행사 권한 확대해야
국내 기업들이 주주를 위한 경영을 기본으로 삼는 것이 자본시장 선진화에 있어서 최우선 과제라는 목소리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허욱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 밸류업 태스크포스(TF) 부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진행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법령 개정도 중요하지만 기업 스스로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을 실현하고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기업들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참여도는 낮으나 참여 기업의 주가는 급등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일반주주를 고려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이 기업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허 부장은 “주주환원 확대와 일반주주의 권익 제고가 밸류업 이슈”라며 “기업 자본의 수익성이 자본 비용보다 높아지도록 회사를 경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본 수익성이 주주 자본 비율보다 낮아지는 경우 사업 재편 등과 같은 주도적인 노력을 취하는 것이 기본적인 경영 원리”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밸류업을 위한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로 ▲장기투자 확대 ▲연금시장 활성화 ▲인게이지먼트(우호적 행동주의) ▲상장사 진입 및 퇴출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주주가 기업의 장기성장을 함께 항유하는 파트너인 만큼 기업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금융투자업계의 역할도 명확히 했다. 그는 “증권사는 밸류업 공시 참여와 리서치·기업금융(IB)·리테일 등 사업부문별 지원이 필요하고 자산운용사는 인게이지먼트와 밸류업 관련 상품 출시 및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부연했다.
허 부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향한 시장 관심이 높은데 강력하고 일관된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며 “여야 모두 밸류업 취지에 공감하고 범정부 차원에서도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점이 일관된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시그널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경영권보다 주주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내에서는 이사회가 회사의 대부분의 일을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주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박유경 네덜란드 연기금(APG) 전무는 “회사의 경영을 담당하는 자는 의무와 책임이 주어진 것일 뿐 권리는 없다”며 “회사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존재는 주주인 만큼 주주를 위한 이사회의 책임 등이 법 명시될 필요가 있다”고 힘을 실었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시선도 있다.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지배주주들이 기업 주가를 올리게 할 요인 및 장치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사전규제와 사후규제가 동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사전규제 대비 사후규제는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두 가지가 제대로 작동해야 자본시장이 한층 건전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촉구된 부실기업의 퇴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액주주 플랫폼인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는 “기업 운영을 착실히 하다가 부실 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부실 기업을 만드려는 일부 세력의 움직임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상장폐지에 대한 적절한 제한이나 조치들이 부재해 주주들이 입는 피해가 적지 않은 상황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자본시장이 바로 잡히려면 공정한 주주총회가 진행돼야 한다”며 “주주권이 생겨야 한다는 의견도 깊게 동의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 날 행사는 금융감독원·국민연금공단·한국거래소 공동 주최로 개최됐으며 이복현 금감원장과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기경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등 주요 인사들과 함께 다양한 기관투자자·학계·기업 및 유관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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