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 해외수주 전년比 80% 그쳐…400억불 달성 어쩌나
네옴·우크라이나 재건 등 대형 사업 난항
올해 초부터 8월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200억달러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연간 목표인 '400억달러 달성'은 물론이고 4년 연속 지켜온 300억달러 수주고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지 공장 설립 특수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끊겼고, 해외 발주처의 변심 등 다양한 요인들이 수주고 확보에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1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179억5673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19억3243만달러) 대비 81.9% 수준에 그쳤다. 연도별 동기간 실적과 비교하면 약 162억달러를 거둔 2021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지역별로는 중동 누적 수주액이 108억9747만달러(60.7%)로 비중이 높았다. 아시아(28억3472만달러·15.8%), 북미·태평양(26억2805만달러·14.6%), 중남미(8억8294만달러·4.9%), 유럽(5억4365만달러·3.1%), 아프리카(1억6995만달러·0.9%)가 뒤를 이었다.
중동 지역 누적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3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사우디(62억2626만달러→85억5173만달러)와 카타르(4134만달러→12억5475만달러) 등에서 선전한 덕분이다. 반면 북미·태평양 지역은 같은 기간 73억4118만달러에서 26억2805만달러로 급감했다. 미국의 누적 수주액이 25억8888만달러로, 지난해 71억4389만달러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미국 IRA 등에 대응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현지에 전기차·배터리 생산 라인 설립에 나섰다. 이때 각 기업 계열 건설사들이 공사를 맡아 해외건설 수주액으로 집계됐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반도체공장(47억달러)을 수주했고,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조지아주 배터리 합작공장 L-JV프로젝트(12억달러), S-JV프로젝트(17억5000만달러) 등을 따냈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지켜온 수주고 300억달러 확보도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올해 연간 수주 목표는 400억달러다. 해외건설 발주가 주춤한 데다 사업 좌초 사례도 확인된다. 최근 파라과이 정부는 5억달러가 넘는 '아순시온 경전철 사업'을 공개입찰로 전환했다. 당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수의계약을 논의 중이었으나 마음을 바꾼 것이다. 또 체코의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한국수력원자력 등으로 구성된 ‘팀 코리아'가 선정됐지만 실질 수주는 내년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조 원대 수주를 기대했던 해외건설 프로젝트는 대부분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는 재정 문제로 인해 '더 라인(친환경 주거·상업 도시)' 사업 규모가 축소되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도 러시아와의 전쟁이 2년6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수주 목표 달성 여부는 연말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부터 총 30개국, 50개 기관의 장·차관, 최고경영자(CEO) 등을 초청해 '2024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를 진행하고 있다. 건설금융·투자개발사업(PPP), 철도, 아프리카를 주제로 특별 세션을 통해 다양한 국가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한만희 전 국토해양부 1차관을 해외건설협회장으로 선임하면서 힘을 싣기도 했다. 추석 연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주요 그룹 총수들로 구성된 경제 사절단과 체코를 방문해 원전 분야 협력 확대에 나선다.
국토부 관계자는 "탄자니아, 파나마 등에서 철도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신도시 사업 등을 바탕으로 PPP 역량도 적극 홍보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며 "기존 종합설계시공(EPC)에 자금(Finance)을 더한 EPCF 형태의 수주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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