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8000개 당직 병의원 문 연다…"경증은 동네병원 먼저 가달라"

정종훈 2024. 9.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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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응급의료 종합상황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하루 약 8000개의 당직 병·의원이 문을 연다고 밝혔다. 경증 환자에겐 대형병원 중심의 응급의료센터 대신 동네 병·의원이나 중소병원 응급실을 먼저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의료계엔 여당이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요청했다.

정부는 1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진행했다. 그 후 응급의료 종합상황 관련 브리핑을 열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여기엔 추석 연휴 응급 진료를 위한 정부 대책과 국민에 대한 당부 사항, 환자를 챙기는 의료진에 대한 격려 등이 담겼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비롯해 응급 의료 체계가 흔들리고 있는 데 따른 대응 차원이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담화문을 통해 11~25일 운영되는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에 정부의 응급실 대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추석 연휴엔 하루 평균 약 8000개의 병·의원이 문을 열 예정이다. 지난 설 연휴 당직 병·의원(약 3600여개)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또한 전국 150여개의 분만 병원도 추석 연휴에 운영을 이어간다.

정부는 연휴 전후로 건강보험 수가를 한시적으로 인상한다. 권역응급센터의 전문의 진찰료를 평상시의 3.5배로 올리고, 응급실 진료 후 수술·처치·마취 등에 대한 수가도 인상하는 식이다. 인력 이탈로 어려움을 겪는 응급의료센터엔 신규 채용 인건비를 지원하고, 군의관·의사·진료지원(PA)간호사 등 대체 인력도 최대한 투입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각 지역에선 지자체장 주도로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운영하면서 현장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대응할 계획이다. 전국 409개 응급실엔 1대1 전담 책임관을 지정해 현장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게 된다.

한 총리는 "중증 응급 환자는 권역·거점지역센터에서 우선 수용하고, 경증·비응급 환자는 중소병원 응급실이나 가까운 당직 병·의원에서 치료해 응급실 쏠림 현상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에겐 위중한 환자에게 응급실·상급종합병원을 양보하는 ‘시민의식’을 부탁했다.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포털’ 홈페이지, ‘응급의료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한 총리는 "연휴 기간 중증도에 따라 적정한 의료기관을 찾아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면서 "큰 병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연락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가까운 동네 병·의원이나 중소병원 응급실을 먼저 방문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11일 대전의 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한 119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는 7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인력 부족 등에 따른 피로 누적에도 진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을 향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의료개혁을 위한 의료계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도 재차 요청했다. 다만 의사단체 등이 참여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내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한 총리는 "2025년 (의대) 모집 요강은 바꾸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2026년도 (정원)부터는 의료계 의견이 있다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은 확고하다. 의료계가 협의체에서 충분히 (의견을) 개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 작성·유포자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면서 엄정 대응 원칙을 재확인했다. 일부 의사 커뮤니티 등에서 집단 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진이나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문제가 꾸준히 불거지고 있어서다.

한 총리는 "젊은 의사들의 선의와 양심을 믿는 우리 국민에게 큰 실망을 주고, 살고 싶어 하는 환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행동"이라면서 "매우 심각한 범죄 행위로 정부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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