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반발 예상보다 컸다…두산, 합병 주주총회 '일단 멈춤' 왜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중단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안에 소액주주들이 반발하며, 주주 설득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두산그룹은 분할합병을 지속 추진하되 사업구조 개편 방식을 재검토하고 주주와 시장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새롭게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일 양사는 회사 합병과 관련해 다음 달 25일로 예정됐던 주주총회 일정을 잠정 연기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날 마감기일이었던 금융감독원의 3차 정정신고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해당 공시에 따르면 양사는 “이번 주요사항보고서 정정일(10일) 기준 변경될 일정이 미확정”이라며 “향후 변경 일정이 확정되면 이사회 결의 및 주요사항보고서 추가 정정을 통해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로 예정됐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채권자 이의 제출은 물론 다음 달 29일로 예정됐던 합병기일 등이 모두 백지화됐다. 지난 7월 11일 양사 간 분할합병 계획을 발표한 지 61일 만이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29일 당초 계획했던 두산밥캣 상장폐지안을 철회하겠다며 분할합병 수정안을 내놨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 지분(46%)을 분리해 신설법인을 만들고 이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두는 수정안이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분할합병 계획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며 강경하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최대주주는 ㈜두산(30.39%)이고 나머지는 국민연금(6.94%), 소액주주(62.67%) 등이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분할합병 효과에 대해 두산 측과 소액주주 간 입장 차이가 크다. 두산 측은 ‘차입금 감소 등 재무건전성 강화, 친환경 중심 에너지 사업 역량 집중과 경영 효율성 증대’를 분할합병 목표로 밝혔다. 두산밥캣 부채로 인해 두산에너빌리티가 부담하고 있는 채무 부담을 덜고 두산밥캣 분할로 얻을 1조원의 재원을 원전 수주‧투자 등 주요 사업에 쏟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주주들은 분할합병 후 두산에너빌리티의 부채 비율이 되레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전체 부채 총액에서 두산밥캣 비중은 32%, 자본총액에서 두산밥캣의 비중은 54%다. 두산밥캣의 부채도 많지만 자본총액 기여도가 높기 때문에, 두산밥캣을 떼어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총 부채비율은 늘어난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두산밥캣을 분할하면 회사의 부채비율 안정화에 역효과가 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두산이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분할합병 외에 다른 방안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주들의 불만도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0년과 2021년 두 번에 걸쳐 부채 상환을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했고 2조4000억원을 확보했다. 이번에도 채무 상환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가 목표라면 유상증자를 해도 된다는 주장이다.
두산은 예상보다 강한 주주 반발에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두산 측은 “투자의 관점이 아니라 경영의 관점에서 분할합병은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한다. 두산이 분할합병을 지속해서 추진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컨대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 7조, 영업이익 1조4000억원을 벌어들이며 그룹 내 캐시카우로 꼽힌다. 현금 유동성이 좋지만, 인수‧합병(M&A)이 자유롭지 않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인 ㈜두산의 손자회사인 두산밥캣은 투자 대상 기업의 지분 100%를 인수해야만 한다. 두산 관계자는 “당초 분할합병 후 두산밥캣을 상장 폐지하지 하고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하려고 계획했던 데는 이런 제약을 해소하려는 이유도 있었다”며 “이번 사업구조 개편이 주주의 이익과 그룹의 성장을 동시에 충족할 좋은 기회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합병 비율 조정 등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주주 서한을 통해 “시장과 소통 및 제도 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분할합병)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계속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스모 선수처럼 다리 벌려봐라" 뇌 자극하는 걷기의 비밀 | 중앙일보
- "김수미, 김치 못 찢고 어눌"…건강이상설에 아들 입 열었다 | 중앙일보
- 이순자, 이대 의대 때려쳤다…전두환 처가살이 8년 속사정 | 중앙일보
- 뉴스 시작했는데…휴대전화 보며 딴짓하던 女앵커 '화들짝' | 중앙일보
- 성관계하던 BJ 살해한 40대 남성, 범행 직후 한 행동 경악 | 중앙일보
- 박지성이 단장, 최용수가 감독…K리그 도전장 내민 축구팀 정체 | 중앙일보
- "채널명 '화끈한선화' 제안" 이준석 출연 한선화 유튜브, 결국 | 중앙일보
- "남편 은퇴 시켜라"…오만전 정승현 자책골에 아내 SNS 악플 | 중앙일보
- 박창현 아나, 7년만에 이혼…MBC 퇴사 후 '돌싱글즈6' 나온다 | 중앙일보
- '손가락 하트' 했다가 해임 청원까지…위기의 38세 태국 총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