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과서...맞춤형 성장을 위한 선택이 될까

김은진 2024. 9. 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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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이주호 부총리와 학부모들이 함께하는 교실혁명 토크 콘서트 열려

[김은진 기자]

▲ 학부모와 함께하는 교실혁명 토크콘서트 11일, 서울교대에서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200여 명의 학부모들과 디지털교과서의 교실에서의 역할과 취지를 얘기하고 있다. 학부모들에게서 문제점과 의견을 청취하고 대답을 하는 모습
ⓒ 김은진
디지털교과서 내년부터 시행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이의 가방을 열어보면 교과서가 없다. 무거우니 사물함에 두고 오기 때문이다. 예습과 복습은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틈틈이 하리라 믿곤 한다. 모처럼 시험을 보기 전날은 교과서를 가지고 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필기도구만 가지고 다닌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집에서도 오늘 배운 걸 복습하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내년부터 초등 3~4학년, 중학 1학년, 고등 1학년에서 디지털교과서가 시행된다고 한다. 한 대의 디지털 기기에서 전 과목의 내용과 문제, 보충 자료까지 볼 수 있고 에듀넷·티-클리어 같은 연계 사이트까지 통합해서 운영된다. 반겨야 할 일인 것 같은데 학부모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유는 바로 종이 교과서가 사라지고 디지털교과서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같은 고민을 하는 학부모들과 교육부가 함께 디지털교과서를 매개로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11일 서울교대 "학부모와 함께하는 교실혁명 토크콘서트" 디지털교과서 시연장을 찾았다.

아이들의 문제 풀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 평택 새빛초 교사 장덕진 초등3학년 디지털교과서 시연 중이다.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함으로써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장교사
ⓒ 김은진
사향융합체육관 3층에서 200여 명의 학부모들이 모인 가운데 중학교, 초등학교를 나누어 디지털 교과서를 시연했다. 나도 학부모들이 빼곡히 자리를 채운 초등학생 학부모 시연에 참여했다. 자리에 앉으니 7년 차 평택 새빛초 3학년 선생님이 인사를 건넸다.

평택 새빛초 교사 장덕진 선생님은 디지털 교과서로 아이들과 다양한 참여 수업 시간을 늘릴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에 채점하는 시간이 단축되고 성적 관리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아이들도 맞춤형 피드백을 받으니 학습에 더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시연이 끝나고 1층 강당에서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장관과 학부모들과의 대담이 있었다. 이 부총리는 암기위주의 교육은 더 이상 미래의 교육이 될 수 없고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위해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낡은 교육을 그대로 유지하면 최고로 잘하는 아이들의 경우에도 쓸모없는 인재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역량이라 일컫는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소통 능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제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고 답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스스로를 집권할 줄 알아야 합니다. ChatGPT한테 좋은 질문을 하는 인재가 필요한 거죠."

학부모들은 디지털교과서가 잘 활용되길 바라지만 오랜 미디어 노출로 잃어버리는 건 없는지 다시 한번 진단했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둔 안지영 학부모는 디지털교과서가 성적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되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냈고 활용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교실혁명이라는 큰 목표 중의 하나가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길러 주고 공동체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부모들도 이런 점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디지털을 활용한 수업이 자칫 아이를 숫자로 혹은 그래프화해서 평가하는 하나의 도구로만 활용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사회자는 디지털 교과서가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이것을 사용하는 선생님들이 편차 없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더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정소윤 학부모는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초등학교 시기에 종이 교과서가 없어져 아이들이 책과 멀어지는 걸 가장 염려했다고 한다.

"제가 가장 우려스러웠던 부분은 세 가지 입니다. 첫째는 수업 시간에 종이책이 없어질까 봐 걱정됐습니다.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돼서 문해력에 저하의 문제가 발생할까 우려됩니다. 둘째는 선생님이 과연 이런 기기를 통제하고 해킹의 우려를 막을 수 있을지 염려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네트워크 환경이 준비되어 있는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다행히 (이런 걱정은) 시연회를 통해 대부분 해결되었습니다."

종이 교과서는 내년부터 3년간 디지털 교과서와 병행해서 사용한다고 했다. 선생님들의 성적 관리와 채점에 편하긴 하지만, 학생들이 스마트 기기에 위에서 수학문제를 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고학년으로 갈수록 수학 문제풀이가 길어지기 때문에도 종이에 풀어야 더 집중할 수 있고 오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이에 대해 목동에서 온 중학교 김재현 수학 교사가 발언했다.

"중1, 중3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1학기에 1학년 학생들은 디벗을 이용했고 3학년 학생들은 종이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3학년 학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2학기 때는 3학년 학생들도 디벗을 이용하니 훨씬 수업에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학생의 풀이 과정을 바로 화면에 띄워 놓고 수업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교과서가 낡은 교육을 바꾸는 열쇠가 될까, 3년간 종이와 병행
▲ 학부모와 함께하는 교실혁명 토크콘서트 11일,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학부모들과 함께 디지털교과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0여 명의 학부모들이 강당을 가득 메우고 있다.
ⓒ 김은진
우리는 이제 좋은 아이디어를 완성할 수 있는 다양한 툴을 갖게 되었다. AI, ChatGPT 등이 활용 도구이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타인과 나누며 협업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낡은 교육에 갇혀 있어선 안 된다. 예체능 활동은 물론 실험, 발명, 글쓰기 등 자신들의 관심사를 차분히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학부모들도 힘을 내야겠다. 그리고 그 열쇠가 디지털 교과서가 될지는 아직은 의문이지만 의도와 취지가 잘 전달돼서 교실에서도 좋은 결실을 맺길 바란다. 이 부총리의 말이다.

"학생들은 디지털 시민교육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장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할 줄 알아야 됩니다. 과몰입을 하지 않도록 하고 더 나아가서는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해서 인간적인 창조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제대로 된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디지털 교과서가 열쇠가 될까.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교육부가 앞으로 만들어 갈 세상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소통하니 많은 오해가 사라지고 서로를 격려하고 보듬는 계기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디지털교과서는 https://dtbook.edunet.net에서 학생과 교사가 PC와 모바일에서 다운받아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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