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수수 혐의' 손준호에게 해소되지 않은 의문 세 가지: 20만 위안, 무혐의 증거, 후속조치

김희준 기자 2024. 9.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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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는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조치에 대해 아는 한에서 모든 걸 해명했다.

최근 불거진 중국축구협회의 손준호 영구 제명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논란을 해명하는 자리였다.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를 중국 축구계에서 영구 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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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당시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수원] 김희준 기자= 손준호는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조치에 대해 아는 한에서 모든 걸 해명했다. 그럼에도 질의응답이 한 시간 넘게 이어질 만큼 해소되지 않은 의문들은 남아있었다.


11일 오후 4시 수원종합운동장 내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손준호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최근 불거진 중국축구협회의 손준호 영구 제명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논란을 해명하는 자리였다.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를 중국 축구계에서 영구 제명했다. 10일(한국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전 산둥타이샨 선수인 손준호는 부당한 이익을 도모하고자 부당한 거래에 참여해 승부조작, 불법 수익 등 스포츠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손준호는 평생 축구와 관련해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현재는 중국축구협회 관할에서만 적용되는 징계지만 향후 전 세계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중국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 해당 징계를 통보하면 FIFA에서도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이후 각 회원국에 징계 내용이 전달된다. FIFA가 중국축구협회의 징계를 인용해 각 회원국에 전달되는 순간 손준호의 선수 생활이 마감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것이 손준호가 입장 발표를 한 이유였다. 손준호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서 일부 의문점들을 명백하게 해소했다. 우선 손준호가 최종적으로 받은 혐의는 승부조작이 아닌 금품 수수였다. 손준호는 "축구 선수로서 승부조작을 엄청난 불명예로 생각했고, 얼마나 선수 생활에 치명적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며 승부조작이 자신의 혐의로 제시됐다면 끝까지 이를 부인했을 거라 강조했다.


또한 이제야 전말을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형량 거래를 마친 뒤 판사와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들은 이 내용을 절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되며, 발설할 시 더 이상 축구를 못할 거라 경고했다"며 "이건 중국축구협회가 먼저 발표한 사안이다. 지금은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잃을 것도 없다"며 자신이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은 의문들은 여전히 남았는데, 손준호의 잘못 때문이라기보다 여러 방면으로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이었다. 중국 공안은 손준호를 수사한 영상 파일은 갖고 있지만 음성 파일은 유실됐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며 증거 공개를 거부했다. 검찰 단계에서 영상 및 음성 공개 등도 중국 측에서 거부했다. 그러다보니 모든 진실이 손준호의 입을 빌려야만 했고, 몇 가지 쟁점이 질의응답 내내 이어졌다.


손준호 대리인인 박대연 대표(왼쪽)와 손준호(수원FC). 김희준 기자

▲ 금품 수수 혐의와 20만 위안을 받은 경로


가장 쟁점이 된 건 손준호 선수가 형량 거래를 위해 최종적으로 인정한 금품 수수 혐의에서 '20만 위안(약 3,765만 원)'이 어떤 경로로 왔기에 중국 공안이 이를 근거로 제시했냐는 사실이다. 해당 금액은 손준호의 중국 적응을 도와준 진징다오에게 받았다.


손준호는 이와 관련해 "승부조작을 한 적도, 가담한 적도 없다. 불법적인 돈은 절대 아니"라며 "승부조작에 대해서는 2022년 1월에 있었던 상하이상강과 경기를 이야기했다. 어떤 식으로 내가 가담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공안은 해당 경기로 진징다오가 이득을 봤다고 봤고, 손준호도 거기에 연루됐다. 경기 후 5일 뒤에 20만 위안을 거래한 게 그 증거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국 공안 측은 물론 손준호 측도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길이 없다. 이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손준호가 해당 금액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 또는 해당 금액을 불법적으로 받지 않았다는 증거다. 손준호는 이미 20만 위안을 받았다. 이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손준호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명확하게 해당 상황을 재연하고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는 것뿐이다.


이를 증명할 증거는 없다. 손준호는 "휴대전화를 조금 늦게 받고 대화 내용을 찾기 위해 아내를 통해 포렌식 검사를 했는데 2023년 12월과 1월 대화 내용이 아예 사라져 복구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손준호는 질의응답 내내 20만 위안을 받은 상황에 대해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아이 선물을 주고받고 급할 때 돈을 빌려주고 받는 등 거액의 거래가 오간 경우가 많아 정확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상하이상강과 경기 후 5일 뒤'라는 명확한 날짜가 나온 이상 이에 대한 기억이 나와야만 해당 혐의가 혐박에 의한 것임을 증명할 수 있다. 실제 금품 수수 여부와는 별개로 혐의를 제기할 만한 증거가 있다면 이것이 아니라는 증거도 그에 비슷한 수준으로 제기돼야 한다.


손준호(수원FC). 서형권 기자

▲ 무혐의를 증명할 만한 증거 유무


손준호는 형량 거래를 통해 자신이 풀려났음을 인정했다. "금품 수수 혐의를 인정하라고 했고, 그걸 인정한다고 해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함께 나온 박대연 대표도 "굳이 유·무죄를 따지자면 유죄가 맞다. 유죄에 대한 내용은 20만 위안에 대한 금품 수수 혐의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박 대표는 "중국 변호사 측을 통해 중국 공안 단계 영상 파일이나 검찰 단계 영상 및 음성 파일 열람 신청을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중국 로펌에 문의했을 때 형사 사건 자체를 맡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중국 변호사 입장에서는 중국 공안이나 공산당과 싸워야 하는 입장에 놓이는 거다. 변호사는 무조건 협의를 통해 형을 덜 받는 쪽으로 간다고 말했다"며 중국이라는 특수성이 해당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만약 해당 내용이 사실일 경우 손준호는 중국축구협회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인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혐의를 부정하는 증거보다 긍정하는 증거가 더 많은 상황이다. 현재 손준호의 결백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손준호 측에 없다. 손준호는 강압에 의한 거짓 자백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게 진실이더라도 중국 공안이나 중국축구협회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손준호가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할 거란 부정적인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혐의를 입증할 자료는 없다. 무혐의 인정서, 판결문 등 모든 게 없다. 손준호는 "그 당시 글씨도 중국 글씨였고, 통역하시는 분도 한국말을 잘 못했다. 잘 대변하는지도 몰랐고, 중국말을 듣고 한국말로 얘기할 때도 잘 못 알아들었다. 절차 안내나 결정도 제대로 못 봐서 받지 못했다. 중국 변호사가 받았고 형식적인 절차를 받고 나와서 궁금하지도 않았다. (판결문도) 내게는 없다"고 답변했다. 당연히 판사와 형량 거래를 한 내역도 없고, 중국 변호사를 통해 이를 입증하기도 요원해보인다.


손준호(수원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후속 조치를 위한 준비


이번 손준호 사안은 어느 정도 예견돼있었다. 지난 6월 전북현대와 협상 과정에서도 '중국 리스크'와 관련한 의견차로 마지막에 협상이 결렬됐고, 9월 A매치 명단 발표에서도 홍명보 감독이 손준호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손준호가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명예를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후속 조치가 중요한 상황이다. 박 대표는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 중국 쪽 주장과 중국 사법당국의 결정, 중극 측 징계밖에 나오지 않았다. FIFA나 대한축구협회 징계가 나오지 않는 이상 움직일 가능성은 없다"며 "FIFA가 중국축구협회를 그대로 인용한다면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내용만 놓고 보면 현 상황은 손준호에게 매우 불리하다. 지금 시점에서 진실이 무엇이냐보다 중요한 건 그 진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냐는 점이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손준호의 억울함과 별개로 손준호가 무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어떠한 물증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판사와 형량 거래를 통해 판결문에 적혀있을 '금품 수수 혐의'가 FIFA가 볼 수 있는 가장 공인된 사실이다.


현재 손준호 측은 수원FC와 지속적인 상의를 하고 있고, 대한축구협회와도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수원FC와는 중국축구협회 발표가 나온 시점부터 하루 넘는 기간 동안 최순호 수원FC 단장을 비롯한 수뇌부와 논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 중이며, 기자 간담회 직후에도 손준호 측은 구단 프런트와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아직은 다음 경기 출장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


후속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손준호가 1992년생으로 나이가 적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만약 FIFA가 중국축구협회와 같은 징계를 각 회원국에 전달한다면 손준호의 선수 생활은 사실상 끝이 난다. 아무리 국제스포츠재판소 등을 통해 무죄를 입증한다 한들 그 시점은 3개월 만에 이뤄질 단기적 싸움이 아니다. 이번 기자 간담회 내용이 현재 쥐고 있는 사실의 전부라면, 손준호 측은 중국축구협회 결정을 뒤집기 위해 훨씬 많은 준비를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후속 조치는 무의미한 결과를 낳게 될 뿐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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