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배찬승 From. 대구고 선배 구자욱…"꿈 이뤘다고 생각하지 말길" [현장 인터뷰]

최원영 기자 2024. 9. 1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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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주장 구자욱이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맹활약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전,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대전, 최원영 기자) 꼭 귀담아들어야 할 이야기다.

삼성 라이온즈 주장이자 주전 외야수 구자욱이 내년부터 함께할 루키 투수 배찬승을 비롯한 신인들에게 프로 선배로서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삼성은 11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대구고 좌완투수 배찬승을 호명했다. 배찬승은 전체 3순위로 프로에 입성했다.

올해 공식경기 11경기에 등판한 배찬승은 2승2패 평균자책점 3.44, 탈삼진 46개, 사사구 10개,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91 등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한국 18세 이하(U-18) 야구대표팀에 뽑혀 제13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실력을 뽐냈다.

삼성 선수들도 중계방송을 통해 신인 드래프트를 지켜봤다. 특히 구자욱은 대구고 출신으로 배찬승과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만난 구자욱은 "항상 신인 선수들을 지켜보는 스타일이다. 어떤 선수들이 있는지 봤다"며 "여러 선수가 후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배찬승은 국제대회에서 잘 던지는 것도 봤고, 대구고 출신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우리 팀에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가 없다.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필요한 투수가 잘 오게 된 듯하다. 팀에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 무척 기쁘다"고 미소 지었다.

대구고 후배라 갖는 의미도 있을까. 구자욱은 "사실 모교 후배라고 해서 한 번 더 눈이 간 건 맞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그냥 프로에 와서 열심히 해 좋은 선수가 되는 게 첫 번째다"며 "열심히 하는 선수는 칭찬해 줄 것이고, 열심히 안 하는 선수에겐 잘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팀 분위기를 흐트러트리는 선수에겐 그럴 수밖에 없다. 신인들 다 학교에 다닐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텐데 잘 적응해 내년부터 1군에서 활약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구고 배찬승이 11일 오후 서울 신천동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1라운드 3순위 지명을 받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구자욱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인의 자세가 있다. 프로 입단 후 꿈을 이뤘다고 착각하는 선수들이 있다"며 "꽤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프로 지명은 꿈을 이룬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자욱은 "진짜 야구선수의 꿈을 달성하려면 1군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 그게 진짜 프로 선수다"며 "그런 마음가짐을 잡아 나가는 게 첫 번째다. 단순히 프로에 입단했다고 안주하지 말고 진정한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고를 졸업한 구자욱은 2012년 2라운드 12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신인 시절을 돌아본 그는 "입단 후 나도 '와 나 이제 꿈을 이뤘구나. 2군에서 1~2년 정도 생활하다 군대 다녀오고 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정말 방심하고 나태하게 생각했던 것이다"며 "그 마음 때문에 내 야구 인생 3년을 버렸다. 1군에 빈자리가 없었지만 아주 작은 바늘구멍에라도 들어가겠다고 각오하고 노력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2012년 삼성 퓨처스팀에 머물던 구자욱은 해당 시즌을 마치고 상무 야구단(국군체육부대)에 입대했다. 전역 후 2015년 1군 데뷔에 성공하며 곧바로 이름을 날렸다. 그해 신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구자욱은 "목표를 1군으로 삼아야 했는데, 프로 입단이라는 꿈을 이뤘다는 이유로 목표가 없었던 것 같다. 상무 입대 후 그런 점들을 크게 느꼈다"며 "이후 온종일 야구에만 완전히 몰두하고 열심히 준비하다 보니 1군에서 뛸 수 있었다. 후배들에게 조언할 때 이런 생각이 가장 많이 든다"고 덤덤히 말했다.

이어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고 해서 자만할 이유도 없고, 10라운드에 뽑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다. 모든 신인선수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각오로 임했으면 좋겠다"며 "실력을 떠나 인성도 정말 중요하다. 야구만 잘한다고 해서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킬 것은 지키고,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구자욱은,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5타수 4안타(2홈런) 6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10-1 대승을 이끌었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구자욱이 정규시즌 경기에서 득점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진=대전,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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