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론 메들리' 주도하는 김민석…野 내부서도 "그만 좀 해라"
“근거도 없는 얘기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계엄령 주장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11일 한 중진 의원이 한 말이다. 이 의원은 “계엄령을 발동할 여건이나 환경이 전혀 조성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통화한 또 다른 재선 의원도 “2024년에 무슨 허무맹랑한 말이냐”고 일축했다.
이런 싸늘한 반응에도 민주당의 계엄론 메들리는 이어지고 있다.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김민석 최고위원이 주도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1일 “근거 있는 확신”이라며 계엄령 의혹을 제기한 이래 하루가 멀다고 라디오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이를 전파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내세우는 주장의 주요 근거는 윤석열 대통령이 8·15 광복절 축사에서 ‘반국가세력’을 언급한 것과 계엄령을 대비해 소위 ‘충암파’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충암고 8회인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충암고 2회), 김용현 국방부 장관(충암고 7회),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충암고 17회) 등을 멤버로 지목했다.
김 최고위원은 ‘계엄 1타 강사’를 자처하며 자신의 유튜브에 계엄 관련 강의를 두 차례 연재했다. 이 영상에서 그는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자꾸 노래 부르는 건, 계엄을 선포하기 위한 논리적인 밑밥”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은 계엄 시 체포되지 않는다’는 반박에는 가짜뉴스 딱지를 붙이고 있다.
정작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토론을 제안하자 그는 “(토론 대상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대표, 대통령실 안보실장 혹은 비서실장”이라며 물러섰다. 10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계엄령을 주장하면서 “윤 대통령이 정치적 우울증과 분노 조절 장애가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당에선 김 최고위원의 이런 행보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4선 중진인 김 의원은 당초 이재명 2기 지도부의 핵심 전략가로서 기대를 모았다. 이 대표가 지역순회 경선 초반 유튜브 채널에서 “김민석 후보의 표가 너무 안 나온다”며 ‘밀어주기’ 의혹까지 감수했던 것도 2기 지도부의 ‘강성·친명’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았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며 오랜 기간 전략통으로 인정받은 경력도 기대를 더했다.
그랬던 김 최고위원이 계엄령 스피커가 된 것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내가 알던 그 김민석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계엄 이슈에 불을 지핀 지 2주가 넘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면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박근혜 정부 때도 계엄 문건 나오기 전, 지금 이상 펄쩍 뛰었는데 결국 드러났다”(10일 JTBC 인터뷰)는 식의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일부 당 강성 지지자들이 “계엄 발령 시 통신, 인터넷, 방송 모두 장악한다는데 대안이 없을까요”(재명이네 마을)라며 동조하지만, 민주당 지도부 의원들도 “근거는 듣지 못했다. 본인에게 맡기라고 하더라”, “현 정권 인사를 공격하는 차원에서 프레임을 세게 잡은 것으로 이해한다”는 반응이다. 김부겸 전 총리는 5일 한 지역 언론과의 문답에서 “(계엄령 의혹은) 말이 안 된다”고 잘랐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국회 국방위원회와 함께 계엄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계엄 시 국회의원이 체포 구금되더라도 석방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국방위 민주당 간사는 계엄 논란을 거들고 있는 육군 대장 출신 김병주 최고위원이다. 정책위의 핵심 관계자는 “이슈가 불거진 만큼 법적으로 가능한지 살펴보는 차원”이라며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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