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안정복 (1) 우여곡절 많았던 내 삶, 하나님과 만남이 최고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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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2시면 눈을 뜬다.
1950년대에 태어나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겪은 내 또래 대다수가 그렇듯 내 삶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내가 태어난 해는 6·25전쟁이 끝나가던 1953년이었는데 동네엔 먹을 게 없어 배를 곯는 이가 많았지만 적어도 우리 가족은 끼니 걱정을 하진 않았다.
부모님은 불교 신자였고 내가 살던 동네에서 반경 4㎞ 이내엔 교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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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밑돌이 됐던 ‘미가엘 찬양반주기’
음향 기기 인력 부족한 목회자에 도움
매일 새벽 2시면 눈을 뜬다. 물을 마시고 스트레칭을 하고 세수를 하고 옷을 챙겨 입은 뒤 교회로 향한다. 40년 넘게 출석한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도착하면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시각은 새벽 4시쯤. 예배당에 앉아 기도를 드리면서 새벽 예배가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를.
1950년대에 태어나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겪은 내 또래 대다수가 그렇듯 내 삶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성공과 실패가 떨어질 수 없는 짝패처럼 여겨질 때가 적지 않았다. 뭔가를 이뤘다고 생각할 때 고난이 찾아왔고 절망이 삶을 집어삼킬 것처럼 느껴지던 순간 희망이 움트곤 했다.
사업가로 성공을 거뒀지만 그것은 내 힘으로 일군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역사였다. 성공의 밑돌이 됐던 제품은 ‘미가엘 찬양반주기’였다. 1991년 개발한 이 제품은 음향 기기가 없거나 인력이 부족해 사역에 어려움을 겪던 개척교회 목회자, 해외 선교사에게 요긴한 물건이 됐다. 찬양반주기를 볼 때마다 이런 상념에 젖곤 한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제품으로 성공을 거뒀으니 크리스천 사업가로서 이보다 더 큰 보람은 느끼기 힘들 것이라고.
내 고향은 전남 화순이다. 청풍면 대비리라는 동네에서 태어났는데 그야말로 두메산골이었다. 100가구 정도가 살던 이 마을에서 부모님은 사시사철 농사를 지었다. 고구마 보리 쌀…. 아버지와 어머니는 성실하고 선량한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들이 굶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내가 태어난 해는 6·25전쟁이 끝나가던 1953년이었는데 동네엔 먹을 게 없어 배를 곯는 이가 많았지만 적어도 우리 가족은 끼니 걱정을 하진 않았다.
유년기에 나는 동네에서 첫손에 꼽히는 문제아였다. 마을에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내 이름이 용의 선상에 첫 번째로 오르곤 했다. 수박 서리나 참외 서리를 하다가 들켜서 야단을 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집안의 큰아들이었기에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거들어야 했는데 주말이 너무 싫었던 기억이 난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엔 항상 소 꼴을 베러 들판에 나가야 했다. 아들을 일꾼처럼 부린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자식 교육이 우선인 분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산학원이 생겼는데 어머니는 나를 이곳에 보냈다. 어머니의 이런 교육열 덕분에 공부도 제법 잘할 수 있었다. 우등상도 간간이 탔는데 가장 관심이 많았던 분야는 과학이었다. 훗날 전자 제품을 고치고 만들면서 밥벌이를 하게 된 것도 이때 생긴 관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유년기를 회상할 때 안타까운 것 중 하나는 교회에 다닐 수 없었다는 점이다. 부모님은 불교 신자였고 내가 살던 동네에서 반경 4㎞ 이내엔 교회가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시절 교회에 나갔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곤 한다. 그랬다면 더 빨리 하나님을 만나고 잊지 못할 추억도 더 많이 생겼을 것이다.
아쉽긴 하지만 흘러간 과거를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대신 하나님은 훗날 결국 나를 찾아오셨다. ‘역경의 열매’ 코너의 주인공이 된 뒤 생각해봤다. 내가 역경 끝에 거머쥔 열매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단 하나, 하나님의 은혜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약력=1953년생, 여의도순복음교회 사회사업선교회·실업인선교연합회·장로회장 역임, 굿피플 회장 역임, EM미디어 대표
정리=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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