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생태계 파괴 vs 경제·관광 활성화”… 포항 골프장 신·증설 논란

안창한 2024. 9. 1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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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환경단체
“식수 오염·산림 훼손” 반대 목소리
포항시
리조트 등 관광·레저 인프라 부족
고용·경제적 파급효과 등도 기대
포항에스케이지씨 골프장 반대 주민대책위원회와 포항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 7월 30일 경북 포항시청에서 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근 포항에선 신규 골프장 4곳과 기존 골프장 2곳의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사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두고 환경 파괴와 지역경제 활성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제공


경북 포항시 곳곳에 신규 골프장이 건설되고, 기존 골프장들이 시설 확장에 나서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른 쪽에서는 신산업 발전에 따른 여가시설 확보는 물론 관광도시 조성, 지역 경제 활성화 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전국 등록·신고 체육시설업 현황(2022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등록된 골프장은 532곳이다. 면적은 5억1930만4685㎡를 차지한다. 경북은 56곳(군위 4곳 포함)으로 경기도 156곳, 강원 60곳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골프장이 많다.

신규 4곳 건설, 2곳 증설 추진

포항 지역에는 오션힐스 포항CC 27홀, 포항CC 18홀, 이스턴CC 9홀, 해병대 골프장 9홀 등 모두 63홀 규모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신규 골프장 4곳과 기존 골프장 2곳의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사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추진 중인 사업이 마무리되면 골프장 규모는 2배 정도 늘어난다.

지금까지 관련 절차가 가장 많이 진행된 곳은 에스케이지씨가 남구 연일읍 학전리 일원에 추진하는 에스케이지씨(SKGC) 골프장이다. 2026년까지 102만4287㎡ 규모로 18홀 골프장과 관광휴양시설 등을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도시관리계획 결정 승인을 받고 개발행위 허가를 받기 위한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에코프로그룹이 대주주인 해파랑 우리의골프장은 지난 1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마치고 산림청과 협의를 하고 있다. 남구 동해면 입암리 산39번지 일대에 36홀 골프장과 관광휴양시설 등 252만1773㎡ 규모를 개발할 계획이다. 신규 추진 골프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포항에스앤디가 추진하는 오렌지 구룡포GC는 도시관리(지구단위) 계획 심의를 위해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남구 구룡포읍 병포리 일원에 18홀 골프장과 관광휴양시설 등 111만6171㎡ 규모다.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 일원에도 18홀 규모 골프장을 짓기 위해 호미곶PFV가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존 오션힐스 포항CC와 포항CC도 9홀 추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9홀 추가 증설을 계획 중인 오션힐스 포항CC 모습. 안창한 기자

포화 상태 vs 도시발전

포항에서 추진 중인 골프장 건설을 두고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 등은 식수 오염과 산림 파괴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현재 골프장 규모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포항에스케이지씨 골프장 반대 주민대책위원회와 포항농민회, 포항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월 30일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골프장 건설을 반대했다. 이들은 “에스케이지씨 골프장 예정지는 96.3%가 생태·자연도 2등급의 자연 녹지 지역이고 수달,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 다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면서 “골프장 예정지의 40%인 국·공유지를 시가 사업자에게 빌려줄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특혜를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골프장 예정지에서 7.4㎞ 떨어진 곳에 유강정수장과 제2수원지 정수장이 있고 상류 꾸꾸림천, 송학천이 자명천으로 연결돼 형산강으로 이어진다”며 “골프장에서 다량 사용하는 농약으로 식수원 오염은 물론 골프장 개발이 가져올 산사태와 하천 범람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동해면에 들어설 예정인 해파랑골프장의 경우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생물다양성·서식지 보전 우려와 함께 산림·지형 변화로 강우 시 산사태, 홍수 등 재해 유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지 매입 과정에서 농지법과 부동산실명법 위반 논란도 있다. 9홀 추가 확장을 추진 중인 포항CC의 경우 편입면적 44만4958㎡ 중 83.2%가 국·공유지여서 특혜 시비도 있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골프장이 아니다. 포항지역 골프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산을 없애고 새로운 골프장을 만드는 것은 시대 착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경제와 지역 균형 발전, 관광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골프장을 만든다는 말장난에 지역의 산림생태계가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기후변화, 기후위기의 시대에 산림을 파괴하는 대표적인 개발행위인 골프장 건설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포항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해 골프장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조성 중인 골프장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고용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또 일부 시민들은 골프장 건설에 따른 다양한 여가 활동과 편의성 등을 이유로 반기는 분위기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은 호텔, 리조트, 골프장 등 관광, 레저 분야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대다수의 인근 주민과 자생단체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조속한 골프장 건설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장은 단순한 민간사업이 아니라 산업단지, 관광단지 등과 같은 시의 기반시설이고 도시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산업, 문화, 관광 등 균형적인 도시발전을 위해 호텔, 골프장 등 관광인프라를 지속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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