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공감 못해, 티라미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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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유형 테스트 MBTI는 내향(I)/외향(E), 직관(N)/감각(S), 감정(F)/사고(T), 인식(P)/판단(J)의 8가지 성향이 있고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행을 넘어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8가지 성향 중 'T'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가 많다.
사고형인 T가 객관적인 상황 판단과 문제 해결을 중시하다 보니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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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유형 테스트 MBTI는 내향(I)/외향(E), 직관(N)/감각(S), 감정(F)/사고(T), 인식(P)/판단(J)의 8가지 성향이 있고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행을 넘어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8가지 성향 중 ‘T’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가 많다. 사고형인 T가 객관적인 상황 판단과 문제 해결을 중시하다 보니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탓이다.
주변에서 많이 들리는 “너 T야?”라는 말은 상대방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을 타박할 때 쓰인다. 그리고 문제를 제기해서 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를 비꼬는 ‘프로불편러’가 바로 T성향을 대표한다. 최근엔 인디밴드 위아더나잇의 노래 ‘티라미수 케익’이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MBTI 성격 유형에 착안해 ‘티(T)라미숙해’로 패러디되고 있다.
그런데 기자라는 직업은 어쩔 수 없이 T성향의 프로불편러가 될 수밖에 없다. 세상에 대해 예민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언론의 감시 기능이나 기자의 비판적 목소리에 대한 기대가 대체로 낮은 편이다. 문화부 기자의 주요 취재 대상이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과 예술가인 만큼 연성 기사가 많기 때문이다.
예술가와 작품에 대한 기사는 일견 홍보로 보이지만, 넓게는 해당 장르에 대한 독자의 이해와 관심을 심화함으로써 문화예술계 발전에 기여한다. 다만 문화예술 분야도 점차 외연이 넓어지는 한편 대자본이 투입된 산업으로서 시장 규모도 커졌다. 따라서 문화부 기자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관찰되는 현상과 흐름을 민첩하게 포착하고 문화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 문제는 언론의 현실이 자본의 논리와 상업주의에 시달리다 보니 스타 예술가나 셀럽(celebrity·유명인)의 신변잡기에 함몰되는 경향이 오히려 심해졌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음악감독으로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K씨가 대학로에 학원을 설립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모 뮤지컬 제작사와 함께 설립한 이 학원은 실전 위주 교육을 통한 창작진과 배우 양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학원 사이트에는 K씨 사단으로 알려진 배우와 스태프의 강사진 참여 및 모의 오디션 실시 등을 강조하고 있다.
주요 대형 뮤지컬의 오디션에 참여하는 등 영향력이 큰 K씨가 교육 사업을 벌이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다만 교육자나 공무원이 아닌 K씨에게 사업의 자유가 있는 만큼 학원 설립 자체를 비난하기 어렵다. 또한 학원의 홍보대행사가 개원 사실을 보도자료로 알리는 것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학원 홍보를 위해 K씨의 기자간담회가 열린 것은 큰 문제다. 학원이 인재 양성을 내세웠지만 결국은 영리 목적의 교육 사업이기 때문이다. 셀럽으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앞세워 기자간담회를 사적으로 이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이날 오디션의 공정성을 묻자 K씨는 과거 대학교수 재직 시절 제자들에게 “(남들과) 같은 수준만 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K씨 자신은 공정성을 강조하려는 취지였지만 결국 같은 수준의 실력이라면 자신이 가르친 제자를 뽑겠다는 의미로 들릴 수밖에 없다. 나아가 학원을 통해 그에게 배운 사람일수록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간담회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홍보대행사와 K씨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기사를 안 쓰면 될 것을 굳이 문제 제기해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는 타사 기자들의 눈빛도 보였다. 문화 저널리즘이 위축된 현실에서 T성향의 프로불편러는 씁쓸하다.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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