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9명을 살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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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 딸 가슴속에 함께 숨쉬고 있는 천사야, 우리 가족이 돼줘서 너무 고맙고 사랑해." "천사께서 주신 신장, 곱게 아끼며 쓸게요. 제 몸 또한 쓰다가 릴레이처럼 다른 분 희망이 되겠습니다." "주신 생명으로 갖게 된 새 삶, 소중히 지키며 살 것을 약속합니다."
"그냥 보내면 그의 삶이 허망하게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는 아내(고 김대철씨 장기기증을 결정한 44세 김연희씨), "아들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게 뭐라도 남기고 싶었다"던 아버지(고 박병일씨 장기기증을 결정한 69세 박인식씨)의 바람대로 장기기증은 결국 새 삶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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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 딸 가슴속에 함께 숨쉬고 있는 천사야, 우리 가족이 돼줘서 너무 고맙고 사랑해.” “천사께서 주신 신장, 곱게 아끼며 쓸게요. 제 몸 또한 쓰다가 릴레이처럼 다른 분 희망이 되겠습니다.” “주신 생명으로 갖게 된 새 삶, 소중히 지키며 살 것을 약속합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온라인 추모공간에 게재된 장기 기증 수혜자의 편지에는 ‘감사’와 ‘약속’이 이어진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 오랜 희망고문과 간병에 지쳐가던 환자와 가족들은 이름 모를 누군가의 결단과 희생에 새 삶과 기회를 얻었다고 고백한다. 새 생명을 넘겨준 이와 함께하게 된 자신의 몸도 더욱 소중히 여기겠다고 다짐한다. 그 존재와 그의 가족 역시 결코 잊지 않겠다고.
이런 감사는 그만큼 장기기증 결심이 쉽지 않은 일임을 말해준다. 특히 뇌사 장기기증은 가족의 결단 없인 불가능하다. 그 힘든 결심을 한 이들에겐 고인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나누는 일이 그만큼 소중하다.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의 가족과 지인을 인터뷰해 고인의 삶을 돌아보는 ‘기억저장소’ 연재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들은 기증을 결정하는 시간이 너무나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만약의 가능성마저 끊어내는 것 같은 두려움, 믿고 싶지 않은 이별을 결국 현실로 만들게 된다는 공포는 몇 번이고 주저하게 했다. 그런데도 결심하게 한 힘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었다. “그냥 보내면 그의 삶이 허망하게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는 아내(고 김대철씨 장기기증을 결정한 44세 김연희씨), “아들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게 뭐라도 남기고 싶었다”던 아버지(고 박병일씨 장기기증을 결정한 69세 박인식씨)의 바람대로 장기기증은 결국 새 삶을 남겼다. 사랑하는 이의 일부분이 어딘가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큰 위로였다고, 그 존재가 감사하다고도 했다. 누구나 세상을 떠나지만, 존재의 의미를 남기고 ‘새 시작’으로 기억되기는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남편 장기기증을 결정한 김연희씨는 본인도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기사엔 감사와 위로의 댓글이 이어졌다. 많은 공감을 보면서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음을 느꼈다.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는 483명으로 전년보다 80명 가까이 늘며 코로나 이후 급감하던 추이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5만명을 넘어선 현실은 여전히 막막하다. 이식을 기다리다 숨지는 이는 매일 7.9명이나 된다. 483명 대 5만명의 큰 간극을 한 방에 좁힐 방법은 없다. 장기이식 수술을 담당하는 의료진과 코디네이터, 지원 기관과 단체, 이식을 받거나 해본 사람들은 여전히 가장 필요한 건 ‘인식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지난해 기준 17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44%에 불과하다. 국민 절반 이상이 기증 등록을 한 미국 등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생전에 기증 희망을 등록했어도 실제 기증 상황에선 가족 동의가 필요하지만, 당사자의 뜻이 있었다면 가족의 마음의 짐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최대한 여러 방식으로 장기기증 뜻을 알려놓는 일이 변화의 시작일 수 있는 것이다.
매년 9월 9일은 ‘뇌사 시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심장, 간장, 신장 2개, 폐장 2개, 췌장, 각막 2개 기증)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장기기증의 날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도 이 주간을 맞아 인스타그램 댓글 등을 통해 장기기증의 뜻을 남겨놓자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내 삶이 끝나게 되는 어떤 시점에 새 삶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장기기증에 뜻이 있다면 지금 한발 움직여보면 어떨까.
조민영 온라인뉴스부장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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