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참패 성찰할 백서 하나 제대로 못 내는 국민의힘

2024. 9. 1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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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5개월, 한동훈 대표 50일 지나도 계속 미뤄


반성·희생 없는 보수라면 민심 되돌리기 힘들어


지난 4·10 총선 참패의 원인과 반성을 담겠다는 국민의힘 ‘총선 백서’가 감감무소식이다. 백서 발간에 관여한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백서는 이미 지난달 14일 최종본이 완성됐다. 지난달 22일 최고위원회의에 올라갈 예정이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마냥 미뤄지고 있다. 총선이 끝난 지 5개월이 지났고, 한동훈 대표 체제가 들어선 지 50일이 됐어도 여전히 반성도, 변화의 몸부림도 없다는 방증이다. 그러니 여전히 한가한 웰빙 정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백서는 300쪽 분량으로 ▶당정 관계 ▶공천 ▶여의도연구원 ▶조직 홍보 ▶전략 ▶공약 ▶현안 평가 등 총 일곱 가지 분야를 망라했다고 한다. 특히 한 대표의 김건희 여사 문자 패싱 논란과 비례대표 사천 의혹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당시 비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진두지휘한 한 대표로선 껄끄러운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 백서 발간에 부정적인 한 대표 측에선 “채 상병 특검 등 야당과 맞설 단일대오가 필요한 마당에 자중지란을 초래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다.

용산 대통령실과도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금 백서 공개로 갈등 기류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대표도 지난 7월 전당대회 토론회 당시 “백서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하고 있는 말을 보면 그냥 백서를 통해 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목적을 노골화하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백서가 안 나오는 게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실로 가벼운 상황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백서는 일종의 예방주사다. 맞을 때는 따끔하고 아프지만, 면역력을 얻기 위한 자양제다. 누구를 벌하고 책임을 묻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 설령 백서에 오류나 왜곡이 있다면 뭐가 문제인지 한 대표가 직접 백서 출간과 함께 밝히면 되는 일이다. 그 결과 다소의 희생이 따른다 해도 그 또한 정치 지도자로 커가려면 감내해야 할 숙명이다. 헌신과 성찰, 희생 없이 누리기만 하려는 건 보수의 진정한 가치가 아니다.

4개월에 걸쳐 설문조사를 한 544명, 면담까지 합하면 1000명이 넘는 총선 후보·당원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뭉갤 순 없는 일 아닌가. 반성문 하나 제때, 제대로 내지 못하는 정당, 아니 그런 보수에 어떤 유권자들이 다음 선거에서 표를 주겠는가.

‘성 접대’ 의혹 관련 무고 혐의로 고발당했다가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준석 의원에 대한 침묵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거의 6개월 동안 성범죄자인 양 몰아세워 이 의원을 여당 대표에서 쫓아낸 게 국민의힘 아니었던가. 과거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이준석 사태’의 기이한 결말에 대해 국민의힘 누구 하나 설명·사과하거나 유감을 표하지 않고 있다. 그 또한 참 기이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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