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률 최고라지만 골병들어 가는 일자리 시장

2024. 9. 1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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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고용률이 8월 기준 가장 높은 63.2%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4일 부산 연제구청에서 열린 ‘2024 연제구 청년 일자리박람회’의 모습. 송봉근 기자


최저 실업률 등 8월 고용 지표에 정부 낙관론


착시 걷어내면 상황 심각…안이한 전망은 금물


지난 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25~29세에서는 역사상 가장 높은 고용률인 72.3%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과 경제에 대한 설전을 벌이며 경기 회복의 근거로 고용 수치를 앞세운 것이다.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도 경기 회복에 대한 정부의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는 건 최근의 고용 통계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8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수 비율)은 63.2%로 통계 작성 이후 8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15세 이상 취업자(2880만1000명)도 전달보다 12만3000명 늘며, 두 달 연속 10만 명 이상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 총리가 강조한 대로 25~29세 고용률은 73%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실업률(1.9%)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겉으로 보이는 고용시장은 순항 중이다.

하지만 각종 지표를 조금만 뜯어 보면 골병 들어가는 일자리 시장의 모습이 보인다. 내수 부진 여파로 건설업과 도매 및 소매업 취업자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 수도 7개월째 줄어들고 있다. 청년층과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 취업자 수는 각각 22개월과 26개월째 감소 행진이다. 인구가 준 영향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각종 착시를 걷어내면 상황은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일하지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가 지난달엔 1년 전보다 24만5000명 늘어나며 2003년 이후 8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은 실업률을 산정하는 모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활동을 포기하며 사라진 이들로 인해 사상 최저 수준의 실업률이 가능했다는 역설도 가능하다.

8월 기준 가장 높은 고용률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중 절반이 넘는 54.6%가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인 단시간 근로자였다. 1982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8월 기준으론 가장 높다. 60대 이상 고령층 취업이 늘고,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 탓에 청년층이 단시간 근로에 나선 영향이다. 근로자가 원하는 만큼 일하고, 기업도 필요한 만큼 근로자를 고용하는 ‘긱 이코노미’의 흐름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자리 비중이 커지고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진 탓이다.

좋은 일자리가 경제 성장의 근간이다. 고용 안정이 이뤄져야 소비 등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저출산 문제도 풀 수 없다. 정부는 겉으로 보이는 지표에 반색한 안이한 전망을 접고 현상을 직시해야 한다. 노동과 산업구조 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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