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100년 산책] 대한체육회, 후배를 위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
지난 파리 올림픽 경기는 젊은 선수들의 자랑스러운 결과로 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한 여 선수의 지도부에 대한 비판 때문에, 사회적 관심과 반성을 유발했다. 쌓여있던 체육회와 지도부에 대한 우려가 표면화되었기 때문이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젊고 유능한 선수들의 장래를 위해서 책임져야 할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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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회·협회에 대한 우려 표면화
체육계 자기반성이 사안의 핵심
선배 옷빨래 강요 용납될 수 없어
선수 성장·인격에 손상줘선 안 돼
」
국가대표 메달과 인생의 행복
오래전 일본에서 있었던 선례가 기억에 떠오른다. 어린 고등학교 여학생이 탁월한 수영기록을 세웠다. 체육회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키우고 싶으니까 선수촌에 오라고 권했다. 선수 공동생활의 실상을 살펴본 부모는 소중한 딸을 국가대표 선수로 만들기 위해 딸의 행복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아 딸 생각을 물었다. 딸의 대답은 부모보다 앞서 있었다. 내 소중한 인생을 국가대표의 메달과 바꾸고 싶지는 않다고 거절했다. 그 부모는 무엇을 우려했는가. 체육 동료들 인격 수준과 지도자들의 품격이 일반사회 수준보다 뒤처져 있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딸의 인생을 체육 기능과 메달의 가치와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체육계의 인격과 품위
이번에 여 선수가 지도부의 혁신과 체육계의 개혁을 암시했던 내용도 사회적으로 보면 같은 평가였을 것이다. 체육계와 더불어 정부 차원에서부터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할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체육 지도부의 교양과 체육계의 자기반성이다. 그들의 교양이 젊은 국가대표 선수를 육성할 정도의 수준이 되고 있는지, 체육계의 인격과 품위가 예술 등 문화적 창조계에 비교해 대등한 자질과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가 문제다. 지도자가 후배들의 교양과 인격 수준 이상의 정신도 갖출 수 없으면 책임 맡을 자격도 없다.
축구협회에 대한 실망도 같은 성격의 사례다. 정치적 목적을 도입시켜서 체육의 순수성을 병들게 해도 안 되지만 코치나 감독이 되었다고 해서 유능하고 장래성이 있는 후배 선수들의 성장과 인격에 손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직책으로 맡은 책임이 높은 사람들은 유능한 후배들을 키우기 위해 자기반성과 품격을 높여 갈 수 있어야 한다. 체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 모두가 더 나은 사회, 더 우수한 인재 양성이라는 의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 선수들의 공동체 생활은 어떤지 모르겠다. 예능 분야의 소양을 위해 음악도 감상하고, 미술 작업의 소중함도 깨우쳐 주어야 한다. 명화 감상도 하고, 젊은 시절의 학식과 교양을 위한 독서도 권장하는지 궁금하다. 가능하면 사회 각계의 관심 있는 인사들을 초청해 강연도 들려주는 등 학교 교육보다도 교양을 높이기 위해 노력 하는지 모르겠다. 성년이 되었을 때 체육 기관과 젊은 시절을 통해 내 인생의 많은 것을 터득하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높은 수준의 인재 양성의 길이다. 체육 기술이 인생의 부분이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체육계의 지도자들이 사회적 중책을 맡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에 수양과 인격을 갖춰야 한다. 일찍 출발해 빨리 인생을 끝내는 사람은 스스로 불행을 자초할 뿐이다. 예술인들은 같은 전문적 노력을 평생 계속한다. 사회적으로 큰 업적을 남기는 사람은 60세 이후라고 인정한다. 체육계의 지도자들도 동등한 사회적 존경과 감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왜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가 되었는가. 많은 사람은 정치개입이라고 한다. 정치인들이 권리 행사에 이용한다는 뜻과 정치적 폐습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권리 행사만 하고 책임과 의무가 따르지 않는다면 질서 유린이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체육계의 책임자는 뚜렷한 주체 의식과 자존, 자율성을 지켜야 한다. 협회에 주어진 책임은 국가와 사회를 위한 의무이기 때문에 전체 회원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같이 한다는 사명 의식이 앞서야 한다. 직책의 상하관계는 있으나 인간다운 교양과 인격의 가치는 동등하다는 관념이 필요하다. 직책이 낮더라도 식견이 높은 사람이 있고 인격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부하가 얼마든지 있다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대접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상대방에게 대접을 베풀라는 교훈은 진리이다. 상대방을 얕보면서 존경받는 사람이 없고 남을 욕하는 사람이 상대방보다 높이 인정받지 못한다.
체육의 목적 숙고해야
나 같은 사람은 평생을 교육계에서 보냈다. 교육의 열매는 제자들을 얼마나 위하고 사랑하는가에 달려 있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다. 그러나 제자의 인격과 행복을 위해주는 사랑은 자연스러운 의무이지만 쉽지는 않다. 그래도 그 마음과 정성을 가지고 제자들을 사랑한 사람이 제자의 존경을 받는다. 명령을 내리고,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고 체벌을 가하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욕설을 삼가지 않았다면 자신의 인격과 지도자 됨의 자질을 먼저 살펴야 한다. 선배들의 옷 빨래를 강요하거나 상습화했다면 그 사실 자체가 일반사회의 관습이 될 수 없음을 반성해야 한다. 정신적 가치 질서는 수준이 높을수록 존경스러워진다.
체육의 목적은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의 인간다운 삶의 향상을 위해서다. 사회적 의무까지 위하고 섬기는 지도자가 된다면 국가를 위한 헌신과 감사의 대상이 된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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