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누가 진짜 외계인일까
정치권에서 12년 전은 너무 오랜 과거일지 모르지만 내 기억은 선명하다. 2012년 1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참으로 기괴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나꼼수 멤버이자 2007년 대선 당시 ‘BBK 저격수’ 정봉주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구속되자 석방을 촉구하는 ‘비키니 인증샷’ 운동을 벌인 것이다. “(정 전 의원이 감옥에서)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고 부끄럽게도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발언과 함께 시작된 운동이었으니 더더욱 해괴했다.
당시 논란에도 나꼼수의 기세는 계속됐다. 또 다른 나꼼수 멤버 김용민씨는 그해 4월 총선까지 출마했다가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막말이 뒤늦게 알려져 본인 선거뿐 아니라 전체 총선 판도까지 흔들었다. 나꼼수의 활약 아닌 활약 덕에 새누리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승리했고, 나꼼수는 2012년 대선 하루 전에 마지막 방송을 업로드하며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꼼수 핵심 멤버이자 교주로까지 불리는 방송인 김어준씨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 중이던 2016년 9월 서울시 산하 TBS의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가 됐고, 이후 진보 진영의 ‘대형 확성기’로 역할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으로 바뀌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방송을 이어가던 김씨는 결국 마이크를 잡은 지 6년 3개월 만인 2022년 12월에서야 방송에서 하차했다. (편파 논란이 끊이지 않던 TBS는 그로부터 1년 9개월 뒤인 11일 민영화됐다.)
물론 또다시 그게 끝이 아니었다.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서 김씨의 야권 내 영향력은 계속됐다. 그 힘의 실체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던 게 4·10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 3인(이언주·전현희·안귀령)이 출연해 일제히 큰절하는 모습이었다. 김씨가 “차렷, 절”을 외치자 세 후보가 객석을 향해 큰절을 하는 모습은 참으로 기이했다.
이런 다스뵈이다에서 지난 6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키 등 외모를 언급해 논란이 됐다. 진 의장은 한 대표에 대해 “외계인을 보는 듯한 느낌”이란 말까지 했다. 야권의 중추 인사가 겨우 한다는 소리가 여당 대표 외모 관련 시시덕거림이라니 참으로 한심하다.
하긴 온갖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야권 인사를 주무르는 능력, 자기만의 안드로메다를 구축해 영생하는 실력은 확실히 탈(脫)지구급이긴 하다. 다스뵈이다도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에서 따온 거 아닌가. 이쯤 되면 누가 외계인일지 진심 궁금하다.
허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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