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설겆이’를 할 수 없는 이유
어릴 때는 명절이 다가오면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생각에 마냥 기쁘기만 했는데, 어른이 되니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머리와 가슴이 짓눌리고 답답하며 소화불량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 “하루 종일 설겆이를 할 생각에 벌써 가슴이 답답하다” “저번 추석에는 밥을 차리고 돌아서면 설겆이가 쏟아져 며칠 동안 손목과 허리가 시큰시큰했다”와 같은 하소연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먹고 난 뒤 그릇을 씻어 정리하는 일을 일컬어 종종 ‘설겆이’라고 표기한다. 그러나 ‘설겆이’는 틀린 표기로, ‘설거지’라고 써야 바르다. ‘설거지’는 ‘설겆이’를 소리 나는 대로 잘못 적은 것이라고 생각해 ‘설거지’가 틀린 표현이고, ‘설겆이’가 바른 표현이라 알고 있는 이가 많다.
과거에는 ‘설겆이’가 표준어였다. 그러나 1989년 한글맞춤법이 개정되면서 ‘설거지’가 바른 표기로 바뀌었다. 원래는 ‘설겆다’의 어간 ‘설겆-’에 명사형 접미사 ‘-이’가 붙어 ‘설겆이’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언중(言衆)이 ‘설겆다’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으면서 ‘설겆다’는 사어(死語)가 됐다. ‘사어가 돼 쓰이지 않게 된 단어는 고어로 처리하고, 현재 널리 사용되는 단어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표준어 사정 원칙 제20항)에 따라 ‘설겆다’ ‘설겆이’는 표준어에서 제외되고, ‘설거지하다’ ‘설거지’가 표준어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명절증후군이 없는, 모두에게 행복한 연휴가 되기 위해 이번 추석에는 서로서로 도와 가며 ‘설거지’해 보는 건 어떨까.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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