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한화오션 신임 대표, 김동관의 ‘복심’…흑자 전환 ‘히든카드’ [CEO LOUNGE]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9. 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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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생/ 대구 성광고/ 서울대 화학공학 학사·석사/ 미국 워싱턴대 MBA/ 한화큐셀 대표/ 한화토탈 대표/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 대표/ 2024년 한화오션 대표(현)
국내 대표 조선사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저가 부실 수주 악몽을 딛고 부활의 날갯짓을 펴는 가운데 새 선장을 맞았다. 한화그룹은 최근 계열사 인사를 통해 김희철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 대표(60)를 한화오션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김희철 대표, 한화오션 수장 맡아

한화큐셀, 에너지 등 핵심 계열사 거쳐

김희철 대표는 대구 성광고,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1988년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에 입사해 2011년 말까지 경영기획팀장, 해외지사담당(상무), 기획담당(상무) 등을 역임했다. 이후 한화종합화학, 한화큐셀, 한화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 계열사를 두루 거치면서 글로벌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11년 말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이동할 당시 조언자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 초기 영업, 전략, 인프라 등을 구축하면서 김동관 부회장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왔다. 2015년 한화그룹 유화사업전략본부장(부사장)을 맡았을 당시에는 한화그룹과 삼성그룹 간 석유화학·방산업 빅딜 과정에 참여해 순탄하게 빅딜을 마무리했다. 인수가 순조롭게 끝난 후 한화토탈(옛 삼성토탈) 출범 당시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 조직 안정화, 실적 개선 성과를 냈다. 이어 2018년 한화큐셀 대표에 오르면서 태양광 사업 지배구조 개편 등 성과를 내 김동관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덕분에 김 부회장의 ‘태양광 사업 멘토’로도 불린다.

2021년에는 한화그룹 승계 핵심 회사로 손꼽히는 한화에너지 지주 부문 총괄에 이어 한화에너지 대표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한화오션 수장에 올랐지만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겁다. 조선업 슈퍼 사이클을 누리는 다른 조선사와 달리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5361억원, 영업손실 96억원을 기록했다. 오랜 기간 적자에 시달리다 올 1분기 529억원 흑자를 냈지만 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3764억원, 1307억원 영업이익을 올린 것과 대비된다. 그나마 전년 2분기(1590억원 적자)보다는 손실폭을 줄였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한화오션은 2022년(1조6135억원 영업손실)에 이어 지난해에도 1918억원 적자를 냈다. 올 들어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물량이 증가세라는 점은 호재다. 한화오션은 올 상반기 26척, 50억7000만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전체 수주 금액을 불과 6개월 만에 뛰어넘은 성적이다. 선종별로 보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6척,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2척, 초대형 LPG운반선(VLGC) 1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7척이다. 이 중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 호조가 눈에 띈다. 한화오션은 전 세계 조선소 중 가장 많은 LNG 운반선을 인도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대규모 컨테이너선 수주를 눈앞에 뒀다. 조선·해양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글로벌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공급하기 위한 건조의향서(LOI)를 맺었다. LOI는 본계약을 맺기 직전 단계로 뚜렷한 이견이 없으면 최종 계약으로 이어진다. 이번 선박은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으로 4척을 추가로 건조할 수 있는 옵션이 붙었다. 금액은 척당 2억2000만달러 안팎으로 예상된다. 10척을 모두 수주할 경우 총 수주 금액만 22억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

지정학적 위기로 글로벌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컨테이너선이 다시 주목받는 점도 낙관 요인이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초대형 컨테이너선 가격은 2억7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오션은 올 하반기 상선, 해양 부문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날개를 달 것”이라며 “3분기 상선 부문은 흑자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조선업 슈퍼 사이클에도 2분기 손실

흑자전환, 해양 방산 성과 낼지 관심

김희철 대표는 방산 부문 경쟁력 강화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최근 국내 조선소 최초로 4만t 규모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창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지난 9월 2일 미국 해군의 ‘월리 쉬라호’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했다. 월리 쉬라호는 해상에서 탄약, 식량, 수리 부품, 연료 등을 다른 함정에 보급해주는 군수지원함이다. 한화오션은 월리 쉬라호를 약 3개월간 정비한 뒤 미 해군 측에 인도할 예정이다.

이번 수주는 적잖은 의미가 있다. 연간 약 20조원 규모 미 해군 함정 MRO(유지·정비·보수) 시장에 진출하면서 K-해양 방산의 신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다.

미국 조선소 인수 성과도 냈다. 한화오션은 최근 한화시스템과 공동으로 미국 필라델피아주 소재 필리조선소 지분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필리조선소는 노르웨이 석유가스 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아커’의 미국 소재 자회사다. 1997년 미 해군 필라델피아 국영조선소 부지에 설립된 이후 미국에서 건조된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의 50%가량을 공급해왔다. 이번 인수로 필리조선소가 보유한 미국 내 최대 규모 도크도 미국 MRO 사업의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MRO 사업 진출로 특수선 사업 성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한화오션이 특수선 사업을 키우기 위해 어성철 한화시스템 사장을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장으로 앉힌 점도 주목을 끈다. 어 사장은 한화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방산 전문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엔진사업본부장, 한화시스템 방산부문장(부사장)을 거쳐 2021년부터 한화시스템 사장을 맡아왔다. 방산 분야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수주 경쟁을 벌이는 만큼 김희철, 어성철 투톱 체제로 어떤 성과를 낼지도 관심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존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장이 부사장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는 특수선 사업을 확실히 키우겠다는 그룹 차원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 분위기가 좋아졌지만 과제도 적잖다. 김희철 대표 입장에서는 냉랭한 노사관계를 슬기롭게 풀어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한화오션 노조는 지난 7월 15일에 이어 8월 28일에도 파업을 벌였다.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를 두고 노사 협상이 교착에 빠졌기 때문이다. RSU는 특정 목표를 달성하면 기업이 일정 기간 매도할 수 없는 주식을 주는 성과 제도다. 노사 양측은 지난해 5월 2023년 경영 실적에 따라 RSU 300%를 지급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한화오션이 지난해 경영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노조는 예정대로 RSU를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정해진 매출 목표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이라 양측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김희철 대표가 한화오션 수장을 맡았지만 정작 조선업 경험이 없다는 점이 변수다. 해양 방산업을 키우고 LNG선, 컨테이너선 등의 수주를 늘리는 데 힘쓰겠지만 노사관계를 순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잡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재계 고위 관계자 귀띔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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