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계역세권 vs 학군지…선도지구는 어디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학원가사거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상가 건물들 너머 허름해 보이는 중층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얼핏 보면 다른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평촌 내에서 가장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로 꼽힌다. 아니, 전세 매물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곳이다. 바로 ‘귀인마을현대홈타운’이다. 2002년 준공한 이 단지는 1991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평촌신도시 내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입주한 단지다. 1단지와 2단지로 구성됐으며 총 967가구로 단지 규모가 아주 크진 않다. 1단지와 2단지 모두 평촌에서 인기가 있지만 특히 2단지의 경우 인근 안양은 물론 주변 수원이나 의왕, 과천, 광명 시민까지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2단지에 거주하면 경기도 남부 지역에서 가장 선호하는 학교 중 하나인 귀인초와 귀인중을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귀인마을현대홈타운은 봄과 가을만 되면 전세 매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투자나 향후 미래 가치 측면에서는 길 건너 A-17구역과 A-18구역으로 묶인 꿈마을(총 8개 단지, 3126가구)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꿈마을 8개 단지 중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 용적률이 200% 초반대다. 평촌 내에서 목련마을 등 일부를 제외하면 용적률이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투자 가치를 갖췄으면서 동시에 귀인초와 인접해 있으며 학원가도 가깝다.
이 같은 장점 때문일까. 1기 신도시 재건축 얘기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올해 3~4월 이후 꿈마을 거래량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8월 꿈마을 우성 전용 158㎡는 14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부동산 활황기였던 2021년 6월 14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2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직전 거래인 올해 3월 13억3000만원과 비교하면 1억4000만원 올랐다. 최근 안양시와 국토교통부가 평촌신도시 재건축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이곳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재건축 기본계획 나온 평촌
용적률 330%, 20개 구역으로 구분
경기도 안양 평촌신도시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용적률을 330%로 대폭 올려 1만8000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안양시는 이 같은 내용의 평촌신도시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안을 마련해 주민공람을 시작했다.
안양시가 공개한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평촌신도시 기준용적률은 330%로 현재(204%)보다 126%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이를 통해 주택 1만8000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계획대로 개발이 진행될 경우 평촌신도시 인구는 기존 13만명, 5만1000가구에서 약 16만명, 6만9000가구로 늘어난다.
용적률 상향 조정과 함께 또 하나의 주목할 점은 바로 20개 특별예정정비구역이다. 안양시는 평촌신도시를 20개 구역으로 구분하고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평촌신도시 범계역과 평촌역을 잇는 4호선 라인 북쪽 7개 구역(A-1구역~A-6구역, B-1구역), 남쪽 13개 구역(A-7구역~A-19구역) 등 총 20개 구역이다. 북쪽 7개 구역을 ‘평북’, 남쪽 일대를 ‘평남’이라 부르기도 한다.
각 구역이 중요해진 이유는 바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과 관련이 깊다. 현재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각 단지는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선도지구로 선정되면 1기 신도시에 재건축 사업을 가장 빨리 진행할 수 있으며 각종 규제 완화 등 혜택을 얻을 수 있다.
평촌의 경우 이미 안양시가 구역별로 선도지구를 지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B-1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19개 구역은 선도지구 후보 대상이 된다.
선도지구 선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00점 만점 중 주민 동의가 60점을 차지한다. 정주 환경 개선 시급성(10점),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10점), 통합정비 참여 단지 수(10점), 통합정비 참여 가구 수(10점) 순이다. 결국 ‘주민 동의율’이 선도지구 선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안양시 측은 올해 선도지구로 최대 6000가구를 선정하고 내년부터 2034년까지 해마다 2000~4000가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선도지구로 지정되면 이듬해부터 6년이 되는 해인 2030년 입주를 할 수 있다.
안양시 측은 매년 선도지구를 지정해 2040년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은 변수가 많다. 올해 선도지구로 선정되지 않으면 추후 어떤 일이 발생해 사업을 가로막을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구역별로 주민 동의율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선도지구 지정에 사활
주민 동의율을 높여라 ‘특명’
지역에서는 평촌 19개 구역 중 올해 선도지구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A-7구역(목련선경1, 동아경남8, 신동아9), A-9구역(목련두산6, 우성7), A-17구역(꿈마을 금호, 한신, 라이프, 현대), A-18구역(꿈마을 우성, 건영5, 동아건영3) 등을 꼽는다. 굳이 분류하면 A-7구역과 A-9구역은 범계역 역세권, A-17구역과 A-18구역은 전통적인 학군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A-7구역은 평촌에서 드문 역세권 입지를 자랑한다. 중대형 평형 이상으로 구성됐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A-7구역에 포함된 3곳 단지는 대부분 가구당 대지지분이 20평 수준으로 평촌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재건축 사업성이 높다.
목련선경1단지의 경우 범계역 초역세권 단지라는 점에서 A-9구역 목련두산6단지와 함께 실질적으로 평촌 대장주로 평가받는다. 목련선경1단지 전용 98㎡는 올해 3월 14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A-9구역은 범계역과 멀지 않으면서도 평촌 학원가 또한 비교적 가깝다는 장점이 있는 곳이다. A-9구역을 대표하는 목련두산6단지는 1993년 입주했으며 총 440가구 규모로 용적률은 207%다. 또 다른 A-9구역 목련우성7단지는 1992년 입주했으며 466가구, 용적률은 204%다.
A-9구역 단지 역시 A-7구역과 마찬가지로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이 20평 이상 된다는 점에서 사업성이 높다. 지난 6월 목련우성7단지 전용 101㎡는 12억9500만원에 거래됐으며 현재 같은 면적 호가는 대부분 13억원 이상 형성됐다. A-9구역 내 단지는 평촌에서 드물게 사업성, 역세권, 학군 등 3박자를 두루 갖춘 곳이다.
선도지구 유력 후보 중 하나인 A-17구역은 평촌 1호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주민총회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곳은 총 4개 단지, 1750가구 규모로 최근 가장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꿈마을 금호 전용 101㎡는 올해 4월 12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이어 5월과 7월에도 같은 가격에 거래됐다. 귀인초 배정이 가능해 투자 목적뿐 아니라 실거주 용도로도 거래가 활발하다.
한편으로는 재건축 사업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구역이나 단지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평촌 아파트 재건축 사업성은 낮기 때문이다.
추가 분담금이나 공사비 급등 등 여러 문제로 평촌에서도 일부 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단지들은 재건축 사업 추진 자체가 만만찮아 보인다. 올해 말 선도지구에서 탈락하면 언제 사업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평촌에서 재건축을 준비하는 단지들은 선도지구 지정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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