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덮친 무더위, 시장은 썰렁…“송편 내놓지도 못하겠다”
“아니, 추석 땐 바글바글했던 곳인디”
“더우니까 나오지들 않어. 미치겄어”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11일 오전 전집 골목이 있는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은 다소 썰렁했다. 빈대떡집을 찾은 단골손님이 의아해하자 직원 김모(68)씨는 “여기서 20년 일하면서 추석 때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 처음”이라며 “다들 시원한 대형마트에 가거나 전화로 주문하지 시장까지는 직접 안 온다”고 말했다. 음식이 상할까 주문이 들어올 때만 전을 조금씩 부친다는 김씨는 땀을 연신 흘리고 있었다.
가을 폭염이 절정을 찍은 가운데 추석 대목을 기대하고 있던 상인들이 울상이다. 이날 낮 서울 최고기온은 36도를 기록했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9월 온도계 수은주(水銀柱)가 가장 높게 올라간 건 1939년 9월 2일(35.1도) 이후 85년 만이다. 경기 시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신모씨는 “송편을 대량으로 만들어 놓아야 하는데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추석날 떡이 쉴까 밖에 내놓지도 못하겠다”고 걱정했다.
폭염으로 작황이 좋지 못해 ‘금값 채소’를 파는 상인들도 한숨을 내쉬었다. 공덕시장에서 채소 가게를 하는 유모씨는 “물가야 매해 오른다지만 올해는 정말 기절초풍할 정도”라며 “지난 설에만 해도 도매시장에서 10kg당 3만원이었던 당근이 추석 땐 10만원이 됐다”고 말했다. 또 “명절을 앞두고 ‘바가지 씌운다’고 생각하는 손님도 있어 억울하다”고 했다. 건너편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50대 김연주씨도 “명절 반찬 메뉴 중 시금치나물은 고기보다 비싸다고 해서 아예 빼버렸다”며 “잡채는 쉴까봐 양동이 밑에 얼음을 깔아 놓고 있다”고 했다.
수산물 가게도 얼음 사수에 열중이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생선 가게를 하는 80대 김일선씨는 제사상에 올라가는 참조기 밑에 얼음을 깔고 비닐로 덮은 후 다시 얼음을 얹어 놓았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매대에 얼음을 뿌리고 있다”며 “날이 너무 더워서 금태나 도미 등 귀한 건 아예 창고에 넣어뒀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10일 식중독 예방을 위한 ‘올바른 장보기’ 요령을 안내했다. 식약처는 명절 음식 준비를 위한 식재료 장보기는 1시간 이내로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 부침가루 같이 냉장이 필요 없는 식품을 먼저 사고 그 다음엔 과일·채소→어묵·완자 등 가공식품→육류·어패류 순으로 구매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여름 명절’ 추석에 “성묘 쉬자”
때아닌 무더위에 벌초와 성묘를 건너뛰는 이들도 있다. 매해 추석이 다가오면 충북 음성으로 성묘를 갔던 이정주(69)씨는 올해 성묘는 포기했다. 이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 ‘이러다 쓰러지겠다’ 싶었다”며 “친척들과 상의해 10만원씩 240만원을 모아 벌초 대행업체에 맡겼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경남 창녕으로 성묘를 가는 이모(63)씨는 “아들이 벌 쏘임 조심하라고 양봉 모자와 긴소매 비옷을 준비해줬는데 더위가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9월 첫 주에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모두 83명이라고 지난 10일 밝혔다. 2018년 같은 시기 환자 수(9명)의 9.2배다. 질병청 관계자는 “추석맞이 벌초를 할 때 반드시 물을 많이 마시고 그늘에서 자주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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