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효율 10배 높이고, 희귀병 치료제 개발…혁신 앞장 선 딥테크 스타트업 [혁신창업국가 국제심포지엄]
“인공지능(AI) 기술을 뒷받침할 데이터센터를 하나 지을 때마다, (전력 소비가 큰 탓에) 원자력발전소를 하나 더 지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우리 기술을 쓰면 중앙처리장치(CPU) 열 개가 할 일을 한 개가 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김진영 메티스엑스 대표는 11일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열린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심포지엄 2024’에서 이같이 말했다. 메티스엑스는 이날 ‘지능형 메모리 솔루션’을 만든 성과를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능형 메모리 솔루션은 컴퓨터가 데이터를 처리할때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만든 솔루션이다.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수인 AI 시대 맞춤형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는 2021년 말 SK하이닉스 최연소 임원(부사장)으로 발탁됐지만, 이듬해 퇴사 후 메티스엑스를 설립했다. 그는 “좋은 회사를 왜 그만뒀냐고 다들 물어보지만, (AI 기술이 각광받는) 시대 흐름 속에서 더 큰 기회가 있을 것 같아 퇴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메티스엑스를 포함한 6곳의 딥테크(deep-tech) 스타트업이 ‘2024 대한민국 혁신창업상’을 수상했다. 업력 7년 이하(신산업 창업은 10년 이하) 기업 중 기술 혁신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두루 인정받은 곳이다. 메티스엑스와 함께 스탠다드에너지 주식회사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공동 수상했고, 중앙홀딩스 회장상은 알지노믹스가 받았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서울대 총장상), 고바이오랩(KAIST 총장상), 메디인테크(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상) 등도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용어사전 > 딥테크(deep-tech)
공학 ·과학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첨단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파는 스타트업. 상춤이나 서비스의 '밑바탕'을 구성하는 기술로 특수시장을 대상으로해 확실하고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는 의미가 강하다.
」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은 “최종 6곳의 기업을 선정하는 심사과정이 치열했던 탓에 힘들었지만, 한국의 혁신창업기업이 (창업 강국인) 미국과 이스라엘과 비교해 손색없는 성과를 보이고 있어 심사위원장으로서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리튬 대신 바나듐을 사용한 차세대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바나듐 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화재 발생 확률이 크게 낮아서 안정성이 뛰어나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롯데케미칼,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누적 12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는 “지난해부터 이미 바나듐 이온 배터리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에는 한국 시장에 집중하고, 내년 초 일본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KAIST 항공우주공학과 학부생이었던 신동윤 대표가 설립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민간 기업 중 최초로 자체 개발한 우주발사체(블루웨일1)를 국내에서 시범 비행하고 있다. 내년까지 최대 200㎏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소형발사체를 개발 완료하는 게 목표다. 저렴한 비용으로 지구의 저궤도로 물건을 실어나를 수 있는 수송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다. 2018년 창업 이후 누적 7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고바이오랩은 미생물학 전문가인 고광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2014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인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미생물 군집)’을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과 비만, 자가면역질환, 당뇨병 등과 연관성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며 신약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고바이오랩은 설립 6년만인 2020년 국내 증시(코스닥)에 상장했고,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먹는 비만약(GLP-1) 등을 개발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성욱 단국대 대학원 생명융합학과 교수가 2017년 창업한 알지노믹스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단백질인 리보핵산(RNA)을 활용해 희귀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을 만든다. 병을 일으키는 RNA를 없애고, 병을 치료하는 RNA를 그 자리에 대체하는 ‘RNA 치환 효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이 주관하는 ‘국가전략기술 확인제도’의 첫 사례로 인정됐다. 정부가 이 기술이 외교·안보 측면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미다.
메디인테크는 내시경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기업이다. 기존 내시경은 의료진이 손으로 환자 몸 속의 내시경을 조종한다. 하지만 메디인테크의 내시경은 전동식모터를 탑재해 더 세밀하게 내시경을 조정할 수 있다. 또, AI 기술을 바탕으로 내시경이 의학적으로 촬영해야 하는 몸 속 부위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AI 병변 판독 시스템’도 개발했다. 지난 5월 IBK 인베스트먼트, 하나벤처스 등으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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