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전 불붙은 '막차 타기'…8월 금융권 가계대출 10조 늘었다

염지현 2024. 9. 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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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8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보다 9조8000억원 불어났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뉴스1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영끌족이 주택 ‘패닉바잉(공항구매)’에 빠진 2021년 7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크게 늘었다. 수도권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뛰면서 ‘주택 매매’와 규제가 강화되기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다.

1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8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9조8000억원 불어났다. 월간기준 가계대출은 4월부터 넉달간 전월 대비 4~5조원 수준으로 늘다가 지난달 2배 가까이 속도를 높였다. 2021년 7월(15조3000억원)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차준홍 기자

은행권(1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30조원으로 전달보다 9조3000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은 7월(5조4000억원)보다 72%(3조2000억원) 더 늘었다. 대출 증가세를 이끈 건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잔액은 890조6000억원)이다. 한 달 사이 8조2000억원 늘었다. 6월과 7월 두 달 연속 감소했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지난달 1조1000억원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주택 매매가 급증한 데다 이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기 전 ‘대출 막차’ 수요가 쏠린 것으로 금융당국은 분석한다. 대출 수요를 자극한 건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뛰는 집값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1% 올랐다. 24주 연속 상승세다.

보험사 등 2금융권 풍선효과 우려도 커진다. 금융당국의 대출관리 압박 강도가 세지면서 시중은행이 경쟁하듯 대출 문을 좁혀, 일부 대출 수요는 2금융권으로 이동할 수 있어서다. 더욱이 지난달 2금융권 가계대출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5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3000억원)와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2000억원)이 늘면서다. 업권별로는 신용카드사 등 여신전문업체가 7000억원으로 가장 크게 늘었다. 뒤를 이어 저축은행(4000억원), 보험사(3000억원) 순이었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내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주택시장 과열이 지속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현재 추가로 검토 중인 관리수단을 적기에, 그리고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는 주담대에 초점을 맞춰 대출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7월까지 은행권 주담대 증가액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디딤돌ㆍ버팀목 대출 등 정책성 자금도 추가 규제를 위한 검토 대상이다. 정책 자금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주택 매매 수요를 자극하고 주담대 규모를 늘렸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또 은행권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 소득 내로 축소하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금융위는 지난 2022년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신용대출을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행정지도를 6개월간 시행했다.

대출 수요를 옥죄는 규제만으로는 들썩이는 서울 집값과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 집값이 더 뛸 것이란 기대 심리가 클 땐 은행권 대출 수요를 누르면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공급 측면에서도 부동산 시장에 중ㆍ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신호를 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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