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크라의 러 본토 '장거리 미사일' 공격 허용하나

박현준 2024. 9. 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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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마린원을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이 좀 더 진전된 입장을 내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정원에서 “(우크라이나의 미국산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해)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내륙 깊은 곳에 위치한 미사일 발사기지, 공군기지 등을 장거리 미사일로 타격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미국산 혹은 미국의 기술이 사용된 무기로는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우려한 조치로, 러시아 역시 핵무기 사용조건을 느슨하게 할 수 있다는 외교적 엄포를 멈추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사용 제한을 해제 받을 경우의 전략적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륙을 타격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약화시킬 수 있고, 러시아 국민들에게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반면 이들 무기가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우크라이나가 이미 갖고 있는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는 사거리가 165~300㎞, 영국산 스톰섀도우는 240㎞ 가량에 불과하고, 러시아가 비행기지를 장거리 미사일의 사정거리 밖의 후방으로 이전한 상황이어서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특정 무기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없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러시아 아파트. AP=연합뉴스.


미국이 갑작스럽게 입장 변경을 검토하는 배경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설명은 없다. 다만 영국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장관이 10일 이란이 수백 발의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에 수출한 것과 관련해 “드라마틱한 긴장고조 행위”라며 비판한 점에 비춰보면, 동부 전선과 그 배후의 대도시가 위협 받는 우크라이나의 전황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소지가 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침략을 우크라이나가 최대한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우방국에 대한 서방의 견제도 심화되고 있다. 미국와 유럽연합(EU)은 10일 러시아에 장거리 미사일을 공급하는 데 관여한 이란과 러시아 개인 10명과 6개 회사, 이란산 무기 부품 등의 전달에 관여한 선박 4척 등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이란의 국적 항공사 이란항공, 러시아 기반 해운 회사 2곳 등 총 3개 법인 역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별도의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과 맺은 양자 항공 서비스 계약도 취소키로 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서방의 제재에 대해 이날 “이란국민에 대한 적대적인 경제 테러”라며 “이란의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EU 회원국과 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러시아에 전쟁용 물자를 공급하는 대가로 잠수함 운용, 스텔스 기능을 포함한 항공기 설계, 미사일 역량 등 기술을 러시아에서 지원받는다. 미국뿐 아니라 인도, 호주, 일본, 한국 등에도 위협이 된다”며 중국에 대해서도 견제구를 날렸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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