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휘청거린 홍명보호, 월드컵 본선 가려면 압박 대처 능력 키워야 한다

김정용 기자 2024. 9. 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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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무명의 상대 공격수들이 압박하면, 아시아 최강 대한민국의 후방은 제대로 빌드업을 하지 못하고 휘청였다. 팔레스타인과 오만 상대로 보여준 한국의 공통적인 약점이다.


한국은 9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 2차전에서 1승 1무를 거뒀다. 지난 5일 팔레스타인을 홈으로 불러 0-0으로 비기며 우려를 받았다. 10일(한국시간) 오만 원정에서 손흥민의 1골 2도움 활약으로 3-1 승리를 따내면서 한숨 돌렸다.


두 경기에서 한국의 경기력은 수비부터 공격 마무리까지 여러모로 아쉬웠는데, 그 중에서도 빌드업은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팔레스타인 상대로 센터백 김민재와 김영권,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이라는 기술 좋은 베테랑 조합이 가동됐는데 뜻밖에 상대 압박을 잘 뚫지 못했다. 그러자 오만 상대로는 김민재 옆에 수비수 정승현, 그 앞에 미드필더 박용우로 조합이 바뀌었다. 빌드업과 수비력 모두 조금 개선됐지만 여전히 빌드업 경로를 상대가 막아서면 잘 뚫어내지 못했다.


한국보다 상대팀의 소집기간이 더 길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소집기간 측면에서 월드컵 아시아 예선은 특이한 환경이다. 한국을 상대하는 상대적 약체국가들은 일찌감치 선수단을 소집해 긴 소집훈련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상대인 오만은 8월 28일부터 소집훈련을 시작했다. 한국이 2일 소집을 시작해 3일에야 전원이 모인 것에 비하면 훨씬 훈련기간이 길었다. 맞대결까지 소집기간은 오만이 14일, 한국이 9일이었다. 이동과 휴식에 들인 시간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인 훈련 기회는 오만이 한국의 두 배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국가라 똑바로 프로생활을 하지도 못하는 선수가 상당수였다. 한국전에서 감동적인 선방을 여러 번 보여준 골키퍼 라미 하마다는 1년 넘게 소속팀이 없는 상태였다. 대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지난달 18일부터 캠프를 차리고 약 보름 동안 합숙훈련을 한 뒤 한국전에 임했다.


특수한 상황에 놓인 팔레스타인을 제외하더라도, 아시아 예선의 상당수 국가는 자국리그의 희생을 감수해가며 대표팀을 일찍 소집한다. 한국도 10여년 전까지는 소집규정보다 국내파를 먼저 모으다가 최근 들어 FIFA의 캘린더에 맞춰 소집하기 시작했다. 해외파를 많이 배출하지 못하고 자국리그 선수 위주인 중동국가들은 축구협회 입맛대로 오래 합숙훈련하기 편한 입장이다.


그 결과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의 수비전술은 완성도가 꽤 높은 편이었다. 과거에도 한국보다 긴 합숙훈련을 진행한 상대국이 좋은 조직력을 보여주고, 한국이 고전하다가 개인기량의 차이로 이기는 경기는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번 팔레스타인, 오만 2연전은 익숙한 패턴이었다.


여기에 한국을 상대하는 5개국 모두 북아프리카나 유럽의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이들이 추구하는 전술의 완성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리기에 한국보다 훨씬 긴 시간이 주어진다.


그 결과 이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마냥 물러나 지키는 게 아니라 한국 상대로 전방압박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한국보다 우월한 점은 훈련기간이다. 이를 전력으로 환원하려면 마냥 물러나 지키는 게 아니라 합숙훈련의 성과를 수비조직과 압박의 완성도로 연결시켜야 한다. 오만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조차 한국 빌드업의 빈틈을 발견하면 재빨리 압박한 뒤 역습으로 한국 골문을 노릴 수 있었다.


홍 감독은 국가대표 '재데뷔' 경기의 조직력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 "훈련기간의 부족"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3차 예선 내내 훈련기간은 늘 부족하다. 앞으로도 매 경기 전 하루 이틀 훈련이 고작이다. 훈련이 점점 쌓여서 완성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라, 짧은 훈련만으로도 소화할 수 있는 전술을 구상해야 한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4년 넘게 지휘했던 것처럼 시간이 많지도 않다. 홍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2년이 채 안 된다.


상대는 훈련을 많이 하고 한국은 적게 한 가운데 맞붙지만, 압도적인 개인기량의 격차를 활용할 수 있는 틀을 짜야 한다. 특히 빌드업 구조에 대해서는 약속이 필요하다. 팔레스타인전은 정우영이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는 소위 라볼피아나, 정우영이 센터백 옆으로 내려가는 변형 스리백 등 다양한 방법을 써 봤는데 잘 통하지 않았다. 오만 상대로는 박용우가 센터백 옆으로 내려가고 황인범이 그 앞에서 빌드업의 허브가 되는 3-1 형태 등 몇 가지 패턴이 쓰였는데 역시 상대가 강하게 압박할 때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홍명보 감독. 서형권 기자
김민재(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승리한 오만전에서도 상대 압박에 한국이 공을 흘리는 장면, 이강인이 여러 번 드리블로 공을 운반하려다 실패하는 장면으로 인해 위기를 맞곤 했다.


아시아는 상향평준화되고 있다. 상대가 요행히 압박을 안 해주면 공이 전진하고, 상대가 압박하면 어쩔 수 없이 빼앗기는 수준의 경기운영으로는 3차 예선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압박이 들어올 때 빠져나가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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