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입장 전문] 손준호 눈물의 기자회견 "승부조작 안 했다…중국의 증거? 초기 압박 수사로 얻어낸 거짓 자백뿐"

김희준 기자 2024. 9. 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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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 대리인인 박대연 대표(왼쪽)와 손준호(수원FC). 김희준 기자

[풋볼리스트=수원] 김희준 기자= 손준호는 공식 입장 발표 중간중간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결백을 호소했다.


11일 오후 4시 수원종합운동장 내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손준호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최근 불거진 중국축구협회의 손준호 영구 제명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논란을 해명하는 자리였다.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를 중국 축구계에서 영구 제명했다. 10일(한국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전 산둥타이샨 선수인 손준호는 부당한 이익을 도모하고자 부당한 거래에 참여해 승부조작, 불법 수익 등 스포츠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손준호는 평생 축구와 관련해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현재는 중국축구협회 관할에서만 적용되는 징계지만 향후 전 세계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중국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 해당 징계를 통보하면 FIFA에서도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이후 각 회원국에 징계 내용이 전달된다. FIFA가 중국축구협회의 징계를 인용해 각 회원국에 전달되는 순간 손준호의 선수 생활이 마감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손준호 측과 수원FC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적할 때 이미 FIFA 규정에 따른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과 신원조회가 완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9월 A매치에서 홍명보 감독이 '중국 리스크'를 이유로 손준호를 대표팀에 뽑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피어올랐다.


손준호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렇게 터놓고 응어리를 밝힐 자리가 마련돼 홀가분하다. 조금 긴 얘기가 될 것 같은데 처음부터 말씀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 중간에 감정이 이입돼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 점은 양해드린다"며 입장 발표를 시작했다.


중간중간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린 손준호는 "중국 경찰은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제시하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와이프가 체포돼서 같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겁을 주었다. 그리고 핸드폰 속에 내 딸과 아들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이곳으로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냐며 아이들도 아빠가 보고 싶지 않겠냐, 그러니 빨리 죄를 인정을 하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또한 "공안 조사 과정에서 영상과 음성 파일을 변호사에게 보여달라고 신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공안은 조사 영상만 있지 음성 내용은 단 하나도 있지 않다며 음성 파일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 그들이 당당하다면 그 음성 파일을 공개하여 내 결백을 떳떳하게 밝히고 싶다. 그들에게 증거라는 건 초기에 있었던 압박 수사를 통한 내 거짓 자백뿐"이라고 강조했다. 이하 손준호 입장 전문


손준호(수원FC). 서형권 기자

손준호 공식 입장 발표


목소리가 조금 잠겨서 최대한 천천히 크게 말해보겠다. 이렇게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하고 시간내주셔서 감사하다. 막상 이렇게 오니까 긴장도 되는데 진실만을 이야기하겠다.


이렇게 터놓고 응어리를 밝힐 자리가 마련돼 홀가분하다. 조금 긴 얘기가 될 것 같은데 처음부터 말씀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 중간에 감정이 이입돼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 점은 양해드린다.


처음에 중국 공안에 체포될 당시 정말 당황스러웠고 너무나 큰 쇼크를 받았다. 더군다나 가족들 앞에서 체포가 됐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체포 이후였다. 공안은 내게 경찰이 자기 핸드폰으로 번역을 해서 한국말로 '뇌물수수혐의죄'로 체포한다는 문구를 보여줬다. 무슨 말인지 싶었고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다. 이런 적이 없다고 결백을 말했다.


체포 후 몇 시간이 지나서야 한국말을 어눌하게 잘 하시지도 못하는 통역 분이 오셨다. 무슨 일이 있냐며 곧장 물어봤고, 죄를 지어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들었을 때 다시 당황스러웠고, 결백을 말했다. 나도 이런 상황들을 TV나 드라마로 본 적이 있어 변호사가 필요할 것 같아 고용하겠다고 했더니 경찰 통역은 큰일이 아니라며 변호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여 신청하지 않았다.


한참이 흘러 영문도 모른 채 갇혀있다가 어디로 가야 한다며 나를 끌고 갔다. 그곳은 중국 초영시에 있는 구치소였다. 도착해서 조사가 시작됐는데 갑자기 중국 경찰은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제시하며 인정하지 않을 경우 와이프가 외교부를 통해 체포돼서 구치소로 잡혀와 같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겁을 주었다. 그리고 핸드폰 속에 내 딸과 아들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이곳으로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냐며 아이들도 아빠가 보고 싶지 않겠냐, 그러니 빨리 죄를 인정을 하라'고 강요했다.


공항에서 체포된 이후 가족들이 한국을 갔는지, 중국에 남아있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더 겁이 났고 가족 생각이 매우 났다. 그때 다시 한 번 중국 경찰은 내게 제안했다.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일에서 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너는 외국인이고, 외교 문제도 있고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 그래서 몇 번이고 물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너무나 겁이 났고, 살면서 이런 적도 처음이고, 나보다는 가족 걱정에 어쩔 수 없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를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간 3주 후 드디어 우리 가족들이 한국에서 고용한 변호사와 첫 접견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변호사는 내가 혐의를 인정했기 때문에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변호사는 내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해야만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고, 앞에서 겪은 모든 일을 얘기했다. 그러자 변호사는 잘못도 없는데 왜 혐의를 인정했냐,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진술을 번복하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내가 너무 바보같고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단지 빨리 나갈 수 있다는 생각과 가족에 대한 걱정,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안일한 판단을 했다. 가족들도 한국에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고소를 하면 어떻겠냐 하자 중국 변호사는 그렇게 되면 우리는 손준호의 변호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말했고, 그럼 남편 혼자 재판에 서야 하고, 더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외부에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정부나 대한축구협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고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진술을 번복한 후 중국 경찰은 왜 진술을 번복하나며 강도 높은 수사를 몇 차례 했고, 무혐의 주장을 계속 하자 터무니없는 증거를 가지고 와 다시 혐의를 인정하라고 압박했다. 나는 계속 중국 경찰에 반박했고 수 개월 동안 단 몇 번의 조사밖에 받지 않았다. 공안 조사 과정에서 영상과 음성 파일을 변호사에게 보여달라고 신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공안은 조사 영상만 있지 음성 내용은 단 하나도 있지 않다며 음성 파일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 그들이 당당하다면 그 음성 파일을 공개하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내가 어떤 식으로 조사받았고, 내게 어떻게 자백을 받아냈는지 과정을 들려드리며 내 결백을 떳떳하게 밝히고 싶다.


그들에게 증거라는 건 초기에 있었던 압박 수사를 통한 내 거짓 자백뿐이었다. 이후 조사 내용도 매번 무의미한 내용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그러다 단기간에 여러 차례 수사를 받았다. 수사 이후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중국 경찰이 말했다. 변호사와 영사님 접견이 매주 이뤄지는 상황이어서 빠르게 상의를 한 후 빠르게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강구했다. 그리고 재판이 있기 전 판사가 따로 불러 만나러 내려가니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과 판사가 서로 이야기를 하며 너는 절대 무혐의로 나갈 수 없다, 무언가 하나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작은 죄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그러지 않으면 언제 여기서 나갈지 모른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생각해본다고 하고 구치소 방으로 올라갔다.


그 후 변호사를 통해 와이프와 변호사의 의견을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한번 전에 봤던 판사와 고위 간부를 대면했고, 판사는 20만 위안이라는 금액을 받았다고 인정하면 수일 내로 석방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축구 선수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거래를 제시했다. 당연히 축구 선수로서 승부 조작이 엄청난 불명예로 생각했고, K리그 당시에도 승부조작 교육을 잘 받았기에 승부 조작이 치명적인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판사가 제안했을 때 승부 조작이 아니라 개인 간의 금품 수수 혐의다. 그러니 나가서 축구 선수로서 생활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때 내 생각으로는 승리 보너스가 16만 위안이었는데 내 상식으로는 승리 보너스를 16만 위안을 받는 선수가 고작 20만 위안을 받는 선수가 승부 조작을 하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할 줄 알았다.


약 10개월이 넘게 그 좁은 방, 20명이 넘는 고된 환경에서도 혼자 한국인으로서 하루에 말 한 마디도 못하며 철조망에 갇혀 창문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너무나 힘들게 생활하였기에 심신이 모두 지쳐 그곳에서 하루빨리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대한민국 땅을 밟고 싶었고, 누구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판사와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들은 이 내용을 절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며, 발설할 시 더 이상 축구를 못할 거라 강조했다.


그 후 형식적인 재판을 거쳐 석방됐고 한국에 돌아왔다.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중국축구협회에 ITC 발급을 신청했고, 의외로 빨리 발급돼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어 기쁘다고 생각했다. 이때까지 내가 대응하지 않은 이유와 그 경위다. 이제야 말씀드리게 됐는데 마음이 편하고 홀가분하다. 그동안 믿고 기다려주신 국민 여러분께 지금 말씀드리는 까닭이며, 내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지금도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지지해주고 계셔서 가족도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나를 응원해준 국민 여러분께 사실만을 얘기드린다. 국민 여러분뿐 아니라 축구계에서도 나를 믿고 도움을 주시길 부탁드린다. 긴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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