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유엔 상임이사국, 국제질서 무너뜨려”…중·러 성토 자유진영 국가들
한국과 캐나다의 국방장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위원장이 한 자리에 모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남중국해 세력 확장을 노리는 중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리고 있다면서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11일 오전 서울 중국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SDD) 본회의 '역내 전쟁억제와 규칙 기반 질서 수호' 세션에서 “일부 세력이 보편적 가치는 무시하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국제규범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기존 국제질서의 수립에 함께 참여했던 국가가 이제는 스스로 그 질서를 해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전을 일으킨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다.
김 장관은 이어 지난 6월 러시아가 북한과 '포괄적인 전략동반자 조약'을 맺은 점을 언급한 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안보리 결의안을 수시로 위반해 온 공산 독재 정권과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국제질서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자기 행동의 정당성을 포기하는 처사”라며 “이와 같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위반하는 것이 역내 긴장의 큰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북·러 밀착을 북한의 위협 증강과 연결짓기도 했다. 그는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지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화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고, 무기 거래의 대가로 받은 자금과 기술은 북한의 불법적인 군사력 개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러시아로부터 받은 기술과 자금으로 북한 핵·미사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고도화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한반도나 미국의 위험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이 어떤 국가든 노릴 수 있는 세계적 위협이 됐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전날(10일) 2회째를 맞은 한·유엔사 국방장관회담을 거론하며 회원국들에 감사를 표시했다. 김 장관은 “200만 명 병력이 이름도 모르는 나라, 어디에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찾아왔다”며 “그 헌신은 우리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끝나고 김 장관은 직접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빌 블레어 캐나다 국방장관은 중국의 행보를 정조준했다. 블레어 장관은 “중국이 남중국해의 항행의 자유를 훼손하고, 필요하면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겠다는 의도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중국 대외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캐나다의 인도태평양 지역 집중력은 더 강해질 것”이라며 “한반도 안정은 해당 지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유엔사 국방장관회담을 김 장관과 공동주최하기도 한 블레어 장관은 “세 개 바다와 큰 영토를 인접하고 있는 캐나다로선 안보 파트너 국가와 협력이 중요하다”며 “같은 맥락에서 한반도의 번영과 안정은 이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 역시 중·러 성토에 가세했다. 바우어 위원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엄청난 여파를 만들어 냈고,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흔들고 있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깊어가는 군사적 관계가 지금 전쟁에 기름을 붓는 격임에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규탄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바우어 위원장은 “최근 중국 해경 함정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경선을 의도적으로 충돌하는 영상이 나왔다”며 “국제해양법은 물론 국제질서를 지키지 않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라고 비판했다. 국방예산과 핵무기를 늘리는 중국의 시도에 맞서 한국 등 파트너 국가가 통일된 전선을 형성하는 게 억제력으로 작용한다고 바우어 위원장은 봤다. 그는 “초연결사회에서 유럽과 아시아의 안보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우크라이나를 향해 흔들림 없는 후원을 하는 대한민국 정부 측에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헀다.
바우어 위원장은 또 북·중·러 간 연대를 이루는 듯한 구도를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해 잠시 이해 관계를 형성했을 뿐 어떠한 우호관계나 우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당 세션에서 사회를 맡은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과거 규칙 기반 국제 질서의 수혜자였던 대한민국은 이제 수호자로 역할을 할 때”라며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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