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항공유 의무화에 정유사 잰걸음…SK에너지, 최초 전용 생산라인
정부가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모든 항공편에 지속가능항공유(SAF)를 1% 이상 혼합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SAF 활성화 전략을 발표하자, 국내 정유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SAF는 폐식용유, 농업 부산물, 폐기물 등을 이용해 생산한 친환경 대체 연료로 기존 항공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는 국내 최초로 SAF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고 다음달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고 11일 밝혔다. SK에너지의 SAF 생산라인은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이 적용됐다. 기존 석유 제품 생산 공정에 석유 원료와 바이오 원료를 동시에 넣어 석유제품과 저탄소 제품을 함께 생산할 수 있다. 바이오 원료 저장 탱크에 5㎞ 길이 전용 배관을 설치해 상시적으로 바이오 원료를 석유 제품 생산 공정에 투입하기 때문에 연속적인 SAF 생산이 가능하다.
이번 SAF 상업 생산이 시작되면 SK에너지는 원료 수급-생산-판매로 이어지는 SAF 사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안정적인 바이오 원료 확보를 위해 지난해 폐자원 기반 원료 업체에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또 SK에너지는 SAF 생산·판매를 위해 지난 6월 국제항공 분야에서 SAF 생산을 공식 인증하는 ISCC 코르시아(CORSIA) 인증을 획득했다. SK에너지는 내년 초부터 대한항공 여객기에 SAF를 공급할 예정이다.
다른 정유사들도 SAF 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에쓰오일(S-OIL)은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바이오 원료를 정제 설비에서 시범 처리하며 SAF를 일부 생산해왔다. 이달 초부턴 인천국제공항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을 정기 운항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SAF를 주 1회 공급하고 있다. 향후 수요 증가에 대비해 SAF 전용 생산시설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가 지난 6월 국내 정유사 최초로 수출한 SAF는 일본의 ANA 항공이 사용한다.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핀란드 네스테에서 공급받은 SAF를 사용해 대한항공과 시범운항을 실시하고, 현재 SAF 사업을 준비 중이다.
SAF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1년 7억4550만 달러(약 1조원)에 불과했던 SAF 시장 규모는 2027년 215억 달러(약 29조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한국은 제도적 기반 마련이 뒤쳐진 편이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역내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소요되는 항공유에는 SAF를 2% 이상 혼합하도록 의무화했다. 일본도 2030년을 기준으로 일본 항공사의 연료소비량 10%를 SAF로 대체하도록 했다. 반면 한국은 2027년부터 SAF 혼합 1%를 의무화하며 이제 발을 뗐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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