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은 옛말, '변화의 바람' 부는 노량진 가보니

송태원 2024. 9. 11. 15: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르포] 고시생 떠난 자리에 관광객과 직장인들... 과도기에 놓인 노량진

[송태원, 유혜린, 박영규, 강나연 기자]

노량진의 거리가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한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으로 북적이던 이곳은 이제 직장인과 관광객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책을 들고 다니는 고시생의 모습은 줄어들었고, 거리에 늘어선 컵밥집은 관광객과 직장인이 자리를 차지했다.

재개발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이주하고, 빈자리는 철거 소음이 채우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저렴한 월세방을 찾던 고시생 대신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등, 노량진은 더는 고시생만의 공간이 아니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재개발의 중심에 선 노량진
▲ 서울 동작구 노량진 부동산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의 한 부동산에 '재개발 전문' 홍보문이 붙어있다.
ⓒ 송태원
9월 7일 시민기자 네 명이 취재를 위해 노량진 거리를 방문했다. 노량진 거리를 걷다 보니 곳곳에 재개발 현장이 눈에 띄었다. 공사 중인 간판과 철거 중인 건물들이 과거의 흔적을 지우고 있었고, 부동산에는 재개발 투자 홍보지가 붙어 있었다.

현재 노량진은 8개 구역으로 나뉘어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총 9000세대 규모의 대규모 주택 단지로 변모할 예정이다.

부동산 중개업자 A씨는 "투자 목적으로 노량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월세보다 매매에 대한 문의가 훨씬 많아졌죠"라며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6구역은 이미 지난해 재정비촉진계획이 가결되어 복합문화시설을 포함한 지상 28층, 1499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조성될 예정이다. 2027년 입주를 목표로 재개발 사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줄어드는 '노량진 고시생'

한때 노량진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많은 고시생이 모여드는 대표적인 고시촌이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꿈꾸는 청년들이 대거 몰려들며 활기가 넘쳤다.

2019년 당시 노량진에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B씨는 "제가 시험을 봤던 해에는 지역에 따라 100:1이 넘는 경쟁률도 있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로 2019년 대구 경찰 공무원 채용은 경쟁률이 146:1에 달할 만큼 치열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공무원 시험의 인기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인사혁신처 집계에 따르면 2023년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22.8 대 1로, 2019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공무원 직종의 매력도 하락 원인으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초봉 임금과 높은 수준의 민원 스트레스 등이 지적된다. 결과적으로 많은 노력을 들여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실제 근무 만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 한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노량진 고시생들이 줄어든 이유는 단지 시험 경쟁률의 변화 때문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학습 방식이 바뀌면서, 많은 학생이 온라인 강의로 학습 방식을 전환했다.

고시원 사장 C씨는 "코로나 이후 방이 절반 이상 비어 있어요. 다들 본가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으니까요"라며 노량진 고시원의 침체를 전했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 KOSIS에 따르면, 25~34세 청년층의 온라인 강의 선호도는 코로나 팬데믹이 있던 2021년에는 77.1%로 정점을 찍었고, 2023년에도 여전히 73.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는 노량진을 필수 학습 공간으로 여기는 고시생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노량진, 고시생 상권에서 직장인 상권으로
▲ 노량진의 한 술집 노량진의 한 상가 술집이 직장인으로 붐비고 있다.
ⓒ 송태원
노량진의 상권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고시생들로 가득했던 거리는 이제 직장인들로 채워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고시생들의 발길이 줄어든 반면, 직장인들은 출퇴근 편리성을 이유로 노량진을 찾고 있다. 주말에도 노량진 거리는 직장인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으며, 고시원 대신 새로운 상업 시설과 주거 단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노량진1·2동 내 고시원 수는 2015년 4분기 76개에서 올해 2분기 7개로 줄었다. 과거 고시원이 점유하던 공간은 이제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는 새로운 주거 단지와 상업 시설로 대체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 D씨는 "요즘 방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1호선과 9호선 급행이 다니기 때문에 출퇴근이 편리하죠"라며 "노량진의 뛰어난 교통 접근성으로 인한 직장인 인구의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주요 도심지로 자리 잡는 노량진
▲ 노량진 노을 컵밥 거리에서 바라본 노을. 좌측에는 노량진 신축 공사장이 보인다.
ⓒ 송태원
취재를 마치고 노량진역을 빠져나오는 길, 노량진의 공사장 너머로 노을이 졌다. 과거의 고시촌 모습은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 자리에 새로운 도시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고시원과 학원으로 가득 찼던 이곳은 이제 뉴타운 재개발 조감도가 그려진 벽들로 둘러싸여 있다. 한때 고시생들이 가득하던 거리는 직장인과 가족들이 채우면서 다시금 활기를 띠고 있다. 건물 철거와 공사 소음 속에서도, 노량진은 새로운 주거지와 상업 공간으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2027년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 노량진은 과거의 고시촌 이미지를 뒤로하고 서울의 주요 도심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노량진은 단순한 시험 준비 공간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새로운 지역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송태원, 유혜린, 박영규, 강나연 총 4명의 기자가 공동 취재 후 작성한 기사입니다. 4명의 기자 블로그에도 게시 됩니다. 송태원 https://blog.naver.com/songt97 유혜린 https://blog.naver.com/hlrin 박영규 https://blog.naver.com/urban_yeong 강나연 https://blog.naver.com/nana_onair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