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 야당 단독 처리

12일 본회의 오를지는 미지수... 정청래, 한동훈 향해 "그렇게 정치하지 말라"

[류승연, 남소연 기자]

▲ 김건희 특검법 국회 법사위 통과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김건희 특검법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남소연

법안 발의-폐기를 반복하며 연일 공회전 중인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특검법(해병대원특검법)'이 11일 오전 또다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한 차례 폐기 절차를 밟고, 두 번째로 발의된 이번 김건희 특검법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최근 논란이 됐던 총선 공천 개입 등 김 여사를 둘러싼 8가지 의혹이 포함됐다. 반면 세 번째로 발의된 이번 해병대원 특검법에는 대법원장을 통한 특검 추천 방식이 새롭게 담겼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주장했던 '제3자 추천 특검'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을 취하면서도 야당은 '비토권'을 추가해 실리를 챙겼다.

김건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 나란히 법사위 통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오전 김건희 특검법과 채해병특검법 등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의 법안 처리에 반발해 표결 직전 퇴장했다.

이날 여야 간의 기싸움은 전체회의가 열린 순간부터 치열했다. 특히 논란이 된 건 이번 해병대원 특검법에 새롭게 추가된 '비토권'이다. 이번 법안에 따르면, 특검은 대법원장이 먼저 4명의 후보를 추천한 후 야당이 2명을 추리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임명하는 절차로 뽑힌다. 다만 대법원장이 추천한 인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야당에서는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황에서, 비토권을 넣는 게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병대원 특검법은 온 국민이 대통령이 외압을 행사했는지, 축소 은폐에 관여했는지 관심을 갖고 있는 사건이고 수사의 핵심이 바로 그것"이라며 "대통령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이들이 특검 선정에 관여하는 것은 그야말로 공정성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과거에도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특검에는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행사한 전례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특검 추천권을 행사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국민의힘에서 '제3자 특검'을 주장했고, 이를 받아들여 대법원장이 추천을 하면 민주당이 단지 비토권만 행사하도록 정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이 제대로 된 후보를 추천하면 민주당이 비토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비토권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것처럼 모양은 갖추고 있지만 대법원장이 아무리 추천을 해도 무제한 비토권을 써서 민주당 마음에 드는 특검이 추천될 때까지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앞서 조배숙 의원 역시 "수사는 공정하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특검 임명 절차도 공정해야 하는데 어떻게 보면 '일방 당사자'인 (야당)쪽에서 수사의 범위나 수사 기간을 정하는 게 상당히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삼권 분립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 답변하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조 의원의 말에 박성재 법무부 장관 역시 동조하며 "합의가 아닌, 한쪽만 추천권을 갖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민주당과 비교섭단체인 조국혁신당은 고발인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 두 정당에만 특검 추천권을 주는 것은 특검의 객관적 중립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권분립 위배 소지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자 정청래 법사위 위원장은 "두 가지 (특검법) 사안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고,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며 "이것을 어겼다고 해서 감옥 간 사람도 있다. 발언을 신중하게 해달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측은 이에 대해 "제정신이냐"거나 "(박 장관에게) 사과하라"며 거칠게 반발했다.

정청래 "'허언'한 한동훈, 정치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정 위원장은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직격하며 야당 주도 해병대원 특검법을 법사위에 상정하게 된 계기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한 대표는 전당대회 이전부터 해병대원 특검법의 '제3자 특검안'을 공언했고 국민들께 약속까지 했다"며 "(해병대원 특검법과 관련한) 민주당 당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가 '제3자 특검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그 안을 수용해 한 대표의 해병대원 특검법 발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런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안이 없다. 국민과의 약속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민주당이 반대를 하든 어떻든 안을 내야 하는데 지금까지 안을 내지 않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게 한 대표의 기만적 전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한 대표가 (제3자 추천을 포함한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언급한 건) 허언이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한 대표가) 정치를 처음 하지만, 이렇게 정치를 하면 안 된다"며 꼬집었다. 실제 한 대표는 지난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특검 추천권을 여야 정당이 아닌 '제3자'(대법원장)에게 부여하는 내용을 전제로, 해병대원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정 위원장이) 다른 당 대표에 대해 이렇게 정치 하지 말라는 듯 말씀하시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따지면 이재명 대표야말로 정말로 제대로 정치하셔야 한다"고 반발했다. "본인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정치권에) 특검과 탄핵 얘기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민생이 얼마나 급한데 이런 식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 김건희 특검법 국회 법사위 통과...여당은 불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김건희 특검법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남소연

한편 법사위를 통과한 두 개의 특검법이 당장 12일 본회의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산회 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9월 2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게 되면 공소시효가 자연스럽게 도과한다"며 "그 전에 처리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