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첫 공개 삼성 피폭 피해자 "화상부상, 질병아냐...공정한 판단 기대"
[김종철, 이정민 기자]
▲ 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피해자 이용규씨 삼성전자노조 주최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방사능 피폭 사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단하라! 고용노동부 결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방사선 피폭 피해자인 이용규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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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중구 고용노동부 서울청사 앞.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방사선 피폭사고를 당한 피해자 이용규씨가 언론 앞에 섰다. 이씨가 외부 공개석상에 나서 방사선 피폭 사고에 대해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사고 당시 기준치 최대 188배를 초과한 방사선에 노출된 그의 양쪽 손은 의료붕대로 감겨있었다.
이씨는 자신의 피폭사고를 '질병'이라고 주장하는 삼성전자 등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노동자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운을 뗀 그는 "국가와 정부기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을 보호하고 공정한 판단을 내릴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삼성전자와 근로복지공단은 현재 중대재해처벌을 피하기 위해 방사선 피폭 화상 부상에 대해 질병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발생할 수있는 질병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현 사고는 명확한 부상이 맞다"고 강조했다.
▲ 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피해자 이용규씨 삼성전자노조 주최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방사능 피폭 사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단하라! 고용노동부 결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방사선 피폭 피해자인 이용규씨가 치료 중인 자신의 손을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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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피해자 이용규씨 삼성전자노조 주최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방사능 피폭 사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단하라! 고용노동부 결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방사선 피폭 피해자인 이용규씨가 치료 중인 자신의 손을 뒤로 한 채 발언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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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날 공개된 한국원자력의학원 진단서를 보면, 이씨의 방사선 피폭을 '방사선 손상', '부상(injury)' 등으로 판정했다. 이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사고'로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신청했고, 재해조사서에도 진단명에 '방사선 화상'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공단쪽은 이를 무시하고, '업무상 질병'으로 처리했다. 공단쪽에선 "산재보험법에 따라 업무상 질병으로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도 이번 재해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가 방사선과 관련한 '보건 조처'를 '건강장해'를 예방하는 조처로 분류하고 있어, '부상'이 아니라 '질병'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부상'과 '질병'의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의 법적 책임이 달라진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중대산업재해로 본다.
▲ 삼성전자노조, "방사능 피폭 사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단하라!" 삼성전자노조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방사능 피폭 사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단하라! 고용노동부 결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능 피폭 사고와 관련, 삼성전자가 이를 '중대재해'가 아닌 '질병'으로 규정하려는 시도가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삼성전자는 노동자들의 피해를 축소하려 하고 있으며, 근로복지공단 또한 산업재해 신청을 질병으로 처리하며 이에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책임을 다하지 않으려는 삼성전자의 태도에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성토하고 "노동자들의 피해를 축소하고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 중단 및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단호하고 공정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이행을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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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씨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도 "방사선 피폭은 일회성 사고로 인한 외상이며, 재해자들의 상태는 명백히 '부상'으로 분류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손우목 삼성노조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명백한 중대재해"라며 "삼성전자의 무책임한 태도와 근로복지공단의 부당한 질병 판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특히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삼성 출신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사건 처리과정에 대한 공정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으며, 중대재해처벌을 피하기 위한 삼성전자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도체노동자건강과인권지킴이(아래 반올림)의 이종란 상임활동가(노무사)도 "삼성전자의 안전관리 미비와 허술한 설비 결함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 화상 사고를 복지공단과 노동부는 '질병'이라는 말도 안되는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노동부는 이번 사고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 뒤에 숨어 제대로 된 조사를 한 적 없다. (노동부는) 삼성을 위한 주무기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 삼성전자노조, "방사능 피폭 사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단하라!" 삼성전자노조 주최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방사능 피폭 사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단하라! 고용노동부 결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손우목 위원장이 '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사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촉구 및 면담 요청'을 담은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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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삼성전자에는 기흥 사업장에만 400여 대의 방사선 설비가 있으며, 전체 사업장에 최소 1400여 대의 방사선 설비가 있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앞으로 어떤 방사선 피폭사고를 발생할지 모르는 두려움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서범진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이후 중대재해로 의심되는 사건 510건 중에 실제로 기소된 경우는 10%에 불과하고,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온 사건도 10건에 그쳤다"면서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방사선 피폭이라는 심각한 사고를 '질병'으로 축소 처리된다면, 앞으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더 큰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노조는 이날 회견을 마치고,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근로복지공단의 부당한 질병 판정을 바로잡고, 삼성전자를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공정한 조사를 촉구를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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