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 105억 날리고, 직원 52억 대출…감사원 "MBC방만 경영"

박태인 2024. 9. 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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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권태선 이사장이 지난해 8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방문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MBC의 최대 주주(지분 70%)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MBC의 방만 적자 경영을 방치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11일 발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문진이 손 놓은 MBC 및 MBC 관계사들의 방만 경영 사례 중엔 최승호·박성제 전 사장 시절 이사회 의결 없이 미국 리조트 개발 사업에 105억원을 투자해 전액 손실을 보거나, 3년 연속 영업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사옥 매각대금 중 52억원을 직원들에게 저리로 대출해준 경우가 포함됐다. 감사원은 방문진에 “MBC 관리·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주의 요구 결정을 내렸다.

감사원에 따르면 MBC는 2019년 임원 회의에서 서울 사옥 매각 잔금(4849억원) 중 1905억원을 초고위험 금융상품인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하기로 했다. 내부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고, 신종 투자 상품에 대한 규정도 미비한 상태에서 이뤄진 결정이었다. 감사 결과 투자액 중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투자 사업은 전액 손실(105억원)이 났고, 남은 투자 금액의 원금 회수도 불투명한 상태다. 감사원은 방문진이 이같은 사실을 2021년 3월에서야 파악했고, 이후 MBC의 추가 손실 가능성 보고에도 내부 투자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하거나 책임자 문책 여부 등을 점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MBC플러스가 2018년 여수 및 인천 실내스포츠 테마파크 등에 투자해 약 1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난 사태도 방문진이 재발방지책 마련 없이 방치했다고 꼬집었다. MBC플러스 경영진이 계약 내용도 모른 채 관련 사업을 진행했지만, MBC의 형식적인 임원진 문책 경고 방안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 담당 이사는 연임 결정이 이뤄진 다음 달 경고 처분을 받았다.

박성제 전 MBC 사장의 모습. 연합뉴스

단순 투자 손실 외에도 MBC의 적자 경영을 방치한 사례도 여럿 있었다. 영업 적자에 허덕이던 대구 MBC는 사옥 매각 금액 4700억원 중 1300억원을 장기수익 투자금에 사용할 것이라고 방문진에 보고했다. 하지만 실제 계획과 달리 2021년 매각 금액 중 200억원을 사내 근로복지기금에 출연했고, 이 중 52억 7000만원을 직원 82명에게 저리(연 2.5%)로 대출해줬다. MBC아트는 계속된 적자 경영에도 2022년 임직원 임금을 인상하고, 임금피크제를 폐지했다. 감사원은 두 사안에 대해서도 방문진이 문책이나 제도 및 경영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MBC는 미국프로야구(MLB) 월드투어와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등에 투자했으나 개최가 무산되는 등의 이유로 수십억 원의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방문진이 감사원 감사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았고, 이사회 회의 자료를 MBC가 회수해 가게 하거나 폐기하는 등 공공기록물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에 대해 감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수사 참고 자료를 송부한 상태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 참석해 있다. 전민규 기자.

이번 감사는 2022년 11월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 등의 국민 감사 청구로 시작됐고, 감사 결과는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자체 방문진 검사 결과와 내용이 상당 부분 겹친다. 지난해 8월 방통위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했으나, 법원이 권 이사장의 해임 취소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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