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몰아붙인 해리스 "2차 토론도 하자"

윤현 2024. 9. 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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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트럼프 첫 TV 토론... 치열한 90분 공방전

[윤현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TV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두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경제·이민·낙태 정책 등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2024.09.11
ⓒ 연합뉴스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진검 승부를 펼쳤다.

두 후보는 11일(한국 시각) ABC 방송 주최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선 후보 TV토론에 나섰다.

서로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두 후보는 배수진을 치고 이날 토론에 임했다.

경제·이민 문제로 시작부터 상호 비방전

두 후보는 토론 시작부터 서로 비난하며 격렬하게 대결했다. 진행자는 첫 화두로 경제를 물었고,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중산층 자녀로 자랐다"라며 "여기서 미국의 중산층과 노동자를 도울 계획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라고 내세웠다.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대해 "억만장자와 기업을 위한 감세"라고 공격했다.

반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때문에 물가가 최악으로 치솟았다"라며 "내가 대통령일 때는 인플레이션이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관세 공약을 비판한 것에 대해 "관세 때문에 미국인의 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물가가 더 높아지는 이유는 중국과 수년간 우리에게서 훔쳐 간 모든 나라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경제가 나빠진 것은 수백만 명씩 들어오는 이민자 때문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취약점인 국경 문제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이민자 상당수는 감옥과 정신병원 출신"이라며 "이민자들이 아프리카계와 히스패닉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이들을 받아들여 미국 도시를 점령하게 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들은 이민자들을 미국에 보내면서 범죄율이 낮아졌는데, 미국은 불법 이민자 때문에 범죄율이 치솟았다"라며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베네수엘라처럼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의 범죄율이 올랐다는 주장에 대해 "성범죄, 경제사범 등 혐의로 기소된 범죄자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격했다. 그러면서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 국회의사당 난입이라는 범죄를 선동했다고 꼬집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현지 주민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영되는 대선 후보 TV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토론에서 경제·이민·낙태 정책 등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2024.09.11
ⓒ 연합뉴스
해리스 "트럼프, 독재자 존경... 그들에게 조종당할 것"

외교 정책 공방도 뜨거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을 싫어한다"라며 "만약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이스라엘은 2년 이내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또한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가자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국가를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내 경력과 삶을 통틀어 언제나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국민을 지지해 왔다"라며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고,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이 이스라엘에 가하는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역량을 언제나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계속되는 분쟁으로 무고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너무 많은 목숨을 잃었다"라면서 "전쟁을 즉시 끝내고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해서는 휴전 협상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재자를 존경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라며 "그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러브레터를 교환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라고 반격하기도 했다. 또한 "전 세계 독재자들이 당신이 대통령이 되길 응원하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들이 아첨과 호의로 당신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부통령으로서 세계를 돌았는데 외국 정상들은 당신을 비웃고 있다"라며 "나는 다른 나라의 군사 지도자들과 대화했고, 그들 일부는 당신이 수치라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말에 따르면 중국과 북한이 나를 두려워한다"라며 오히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이민자들, 반려동물 잡아먹어" 거짓 주장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논란이 될 만한 주장이나 거짓 주장을 쏟아냈다. 특히 이민 문제와 관련해 스프링필드 등 일부 지역에서 "그곳의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라며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진행자가 "당국에 따르면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먹는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라고 지적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더 알아보겠다"라고 답했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임신 중절권에 대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부 지역에서는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죽일 수 있다"라며 헌법상 여성의 임신 중절권을 보장하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연방 대법원에서 폐기된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진행자는 "이 나라에서는 아기가 태어난 후 죽이는 것을 합법으로 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라고 주의를 줬다.

해리스 부통령은 "생명이 위험하거나 성폭행을 당해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이 임신 중절을 하고 싶어도 감옥에 가는 것이 두려운 의료진이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라며 "이 여성들이 주차장 차 안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또 마무리 발언에서도 "나는 우리의 근본적 권리와 자유를 수호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여성이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라며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지금 미국 국민에게 투자하며 앞으로 10년, 20년간 이 나라를 재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은 이런저런 멋진 일들을 하겠다고 말했는데 왜 (부통령으로 재임한) 지난 3년 반 동안 그런 일을 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또 "3년 반 동안 그들(바이든 행정부)은 국경 문제를 바로 잡지 않았다"라며 "일자리를 창출할 시간을 3년 반이나 가졌는데도 왜 못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실패한 나라이며 심각한 하락세를 타면서 전 세계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과 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ABC 방송 주최로 첫 TV 토론을 하고 있다. 두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경제·이민·낙태 정책 등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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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2차 토론하자"... 트럼프 "생각해보겠다"

토론이 끝난 후 <뉴욕타임스>는 "해리스 부통령이 공격적인 토론을 펼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방어적으로 만들었다"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해리스 부통령 측은 "우리는 2차 토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추가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폭스뉴스>에 출연해 "생각해 보겠다"라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그녀가 참패했기 때문에 2차 토론을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내 역대 최고의 토론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특히 3대1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진행을 맡은 ABC뉴스 앵커 데이비드 뮤어와 린지 데이비스가 해리스 부통령을 편들었다고 여기며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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