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역적 대책" 김정은 독촉에…北 대규모 아파트 건설 포착

정영교, 이유정 2024. 9. 1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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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압록강 하류에 위치한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 무려 4100여 세대에 달하는 살림집(주택)과 근 3000정보의 농경지를 비롯해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길들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라고 보도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발생한 수해와 관련해 “불가역적인 방지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한 가운데 평안북도 의주군에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정황이 민간 위성에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1일 보도했다. 이는 민심 이반을 우려한 김정은이 인구 밀집 지역 위주로 ‘속도전식 수해 복구’를 독촉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VOA는 민간 위성 ‘플래닛 랩스’의 8일 위성 사진을 근거로 “평북 의주군과 위화도에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얼마 전까지 (수해로 인해)공터였던 곳에 아파트로 추정되는 직사각형 모양의 건물 기초가 들어섰다”고 전했다.

이어 의주군의 한 지역에는 직사각형 구조물 20개가 포착됐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직사각형 구조물 주변에는 수해 복구 인력 숙소로 보이는 주황색 천막 시설도 눈에 띈다면서다. 의주군 뿐 아니라 자강도 만포시에서도 토지를 고르는 정지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수해 발생 시점이 7월 말이란 점을 고려하면 한 달 여 만에 대규모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는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8일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큰물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앞서 VOA는 지난달 28일 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의주군 수해 발생 지역에 총 면적 67만㎡ 가량의 공터가 생겼는데 이는 국제 규격 축구장 100개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보도했다. 수해로 파손·유실된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운 주거시설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공터의 규모로 미뤄볼 때 가옥 수천 채가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반면 북한의 포탄·미사일 생산기지로 알려진 자강도 강계시의 ‘전천 2.8 기계공장’ 주변 지역에서는 복구 움직임이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고 VOA는 전했다. 앞서 해당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선 공장 주변 건물이 없어지거나 도로·다리가 유실된 것이 포착됐다.

이는 주민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김정은이 군수 시설보다 인구 밀집 지역에 복구 자원을 우선 투입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피해 지역이 방대해 인력 동원과 자원 투입에 한계가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9일 9.9절 당 간부 연설에서 “압록강 하류의 평북도 지역과 자강도·양강도의 일부 지역에서 혹심한 큰물(홍수) 피해가 발생해 국가적인 사업에 지장도 받고 방대한 역량이 투하되지 않으면 안 됐다”고 자인했다. 그러면서 “당과 정부가 자연 재해 대응에서의 허점과 공간을 새롭게 투시하고 앞으로 불가역적인 방지 대책을 강구”하라고 독촉했다.

또 김정은은 ‘질 제고’와 ‘속도전’을 동시에 다그쳤다. “인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건설물들의 질을 철저히 담보해야 하며 건축 설계 수준을 세계적인 높이로 끌어올리라”면서도 “올해 계획을 드팀없이(흔들림 없이) 완결하라”거나 “제 기일에 무조건” 완결하라는 식이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백두산 영웅 청년 돌격대’ 등 수해 복구 활동에 자원한 북한 청년들이 30만 명이나 되며, 평북 지역에만 청년·인민군 13만 명이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향하는 버스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신의주의 북·중 접경 지역 복구에 투입된 청년들이 “강 건너 중국의 발전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북 지역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압록강 하류의 신의주 류초리, 하단리 등 중국과 불과 몇백 미터 떨어진 지역에 투입된 (청년)돌격대원들이 국내(북한)에서 몇 손가락에 드는 신의주가 중국의 작은 지역보다 초라한 모습에 놀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 건너 중국 단둥 지역의 높은 건물들과 차량을 보면서 북한과는 너무 다른 중국의 발전을 동경하거나 부러워하는 발언을 하는 청년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북한에서 압록강 접경 지역에 처음 와본 청년들이 대다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홍수로 북·중 국경 지대에 탈북 방지를 위해 설치한 감시 초소와 철조망 일부도 유실된 상태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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