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한국과 중국, 가계부채가 경제성장 저해”
가계부채가 한국의 경제성장을 억누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엔 부채로 성장을 촉진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이젠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최근 발표한 정례 보고서엔 이 같은 분석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2000년대 초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면서 대부분 신흥국에서 민간신용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민간신용은 금융기관을 제외한 기업·가계 등 민간 비금융부문 부채를 뜻한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2000년 이래 1.3배 이상 올랐고, 중국에선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민간신용 증가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부채가 늘면서 자금 조달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고, 실물자산이나 교육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성장에 기여해서다.
하지만 민간신용 증가만으로 성장을 유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정 수준 이상에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 부채와 성장의 관계가 처음엔 정비례하다가 어느 순간 꼭짓점을 찍고 반비례로 돌아서는 ‘역U자형’ 곡선을 그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빚을 내서 소비를 늘리면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채 상환과 이자 지급 부담에 미래 성장 잠재력이 약화할 수 있다.
BIS는 “아시아 국가들은 성장을 저해하기 시작하는 변곡점에 다다랐다”며 “한국과 중국의 경우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100% 선을 웃돌면서 경제성장률도 정점을 찍어 역U자형 곡선과 일치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지난해 말 222.7%(BIS 기준)에 달했다. 이 중 가계부채가 100.5%, 기업부채가 122.3%였다.
BIS는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주택 수요가 느는 동안 제조업을 비롯한 다른 업종에서 건설·부동산업으로 신용이 옮겨가는 현상에도 주목했다. 건설·부동산업의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해당 업종에 대한 과도한 대출 쏠림이 성장에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설·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더 많이 증가한 국가일수록 총요소생산성과 노동생산성 감소는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이 같은 신용 재배분은 과잉 투자를 의미할 수 있으며, 관련 대출 증가가 둔화한 뒤에도 생산성과 성장에 지속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BIS는 분석했다.
BIS는 “정책 대응을 통해 민간신용 성장에 대한 역U자형 관계는 개선할 수 있다”면서 “불균등한 신용 증가의 완화, 주식시장의 역할 확대, 핀테크를 통한 금융중개 기능의 발전 등으로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신용이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BIS의 경고는 최근 통화정책에서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위험을 핵심 고려 사항 중 하나로 설정한 한국은행 기조와도 일치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며 “부동산 가격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위험신호가 들어오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부양으로 손쉽게 경제를 이끌어오던 과거 정책 대응 문제점을 지적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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