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만을 위한 '간병'은 없다

박보현 2024. 9. 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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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 '간병'은 사회적 문제로 해결해야

[박보현 기자]

2014년 8만 원 선이던 간병비가 올해는 70%이상 상승해 하루 평균 간병비는 약 13~14만 원선이다. 이 간병비는 경증 여성 환자되는 금액이며 '남성 환자 또는 중증 환자'일 경우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는 이유로 2~3만 원을 더 얹어야만 겨우 간병인을 구할 수 있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간병파산', '간병지옥', '간병살인'이라는 안타까운 신조어가 등장한 세태만 보더라도 이제 '간병'은 사회적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 사례 1
한 달 전 뇌출혈로 쓰러진 어머니를 돌보던 선희씨는 최근에 간병인을 구했다. 3주간 자신이 어머니 간병을 해보려 했지만, 아직 돌봐야 하는 어린 자녀가 있고, 해오던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병원 게시판에는 간병사 협회 연락처와 간병비에 대한 안내가 표기되어 있었다.

간병비 '하루 12만 원' 현실은 달랐다.

A 간병사 협회에 연락을 하니 다른 답변이 왔다. '식사비 1만 원 추가와 편마비 환자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14만 원을 요구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더 이상 따져 물을 수도 없었고, 어머니를 돌봐 줄 누군가의 손길이 당장 필요했기에 간병사의 요구대로 따랐다.

현재 선희씨는 간병비를 동생과 나누어 내고 있지만,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의 긴 재활 치료가 필요한 어머니의 상태를 지켜보며, "과연 언제까지 '간병비'를 부담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 사례 2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남편을 간병하는 미희씨도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남편이 공무원으로 재직한 덕에 한 달에 200만 원가량의 연금이 들어오지만 남편의 간병비과 병원비, 자신의 생활비로 지출하는 비용을 합치면 매달 250만 원 지출이 발생하니 점점 가세가 기울어졌다고 했다.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지만 모두 출가해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있으니, 한창 아이들 공부시키느라 어려운 살림살이 사정을 잘 알고 있다며 미희씨는 그동안 살던 집을 매매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희씨 본인도 나이 70세 넘으니 남편을 돌보는 일에 자신이 없어진다고 말하며 점점 심해져 가는 허리 디스크 통증을 호소했다.

#. 사례 3
뇌출혈을 앓게 된 어머니를 돌보던 영자씨는 간병인을 고용했지만 어머니의 병원 뒷바라지를 하면서 온갖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었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간병사와의 갈등을 중재하거나, 온갖 병원 행정적인 일처리, 어머니 관련 모든 결정를 하며 1년 6개월을 지냈더니 이제는 자신이 이유 없는 불면증과 신경쇠약에 시달리게 되어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간병은 '노년층'만의 문제 아닌 사회 문제로 바라봐야

국제연합(UN)은 65살 이상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인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곧 초고령 사회가 도래한 셈이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경남은 전남, 경북, 전북, 강원, 부산, 충남, 충북과 함께 이미 65살 이상 인구가 20%가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고 나타났다.

경남연구원에 따르면 "노인뿐 아니라 가족 중 치료가 필요한 간병·돌봄 수요가 발생할 경우에도 가족이 일차적으로 그 부담을 안게 된다. 심지어 장기간 간병에 지쳐 '간병파산'이나 '간병살인'과 같은 비극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한다"는 현 상황을 짚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 할 대안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공적 간병간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란 가족이 병실에서 상주하며 환자를 돌보지 않아도 간호사 등 의료진이 포괄적으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박선희 연구위원은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관련 통계자료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간병지원 정책을 확대·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돌봄제공자의 신체적·심리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종합적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 먼저 경험한 일본은 어떨까?

일본의 '개호보험'은 2000년부터 국민의 간병비 70~90%를 지원한다. 일본은 이 제도를 통해 일본의 환자 가족들이 지는 간병 부담을 줄였다. 오사카부 등 일본 지자체에서 발표한 개호보험 안내 자료에 따르면, '개호요양형 의료시설'에 입소한 환자는 대부분 한 달에 2만~4만엔(약 20만~40만 원) 안팎의 간병비를 부담한다.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는 경기도가 처음으로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연간 최대 120만 원의 간병비를 지원하는 '경기도 간병 SOS 지원사업'을 내년부터 추진한다고 지난 8월 27일 밝혔다.

이어 지난 9월 초 전남도의회 손남일 의원도 정부 정책만으로 돌봄 체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전남도 차원에서 간병비, 간병 수당 제도화 등 지원대책 마련이 절실 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서도 내년부터는 어르신·장애인 등이 살던 곳에서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돌봄통합지원센터'가 설치된다. 와상, 중증 치매 등 고난도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은 서울형 좋은돌봄인증기관을 연계해 돌봄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 요양보호사 2인 1조로 돌봄을 제공하고 시가 추가 인력의 인건비를 일 4시간까지 지원하며 현재 7곳의 좋은돌봄인증기관을 향후 50여 곳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남도는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누구나 읍면동 돌봄지원창구를 통해 돌봄서비스를 신청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경남형 어르신돌봄서비스 지원체계'를 구축한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그 시작으로 경남도는 우선 올해 상반기에 민관 어르신 돌봄서비스 일제조사를 실시해 각 기관에서 추진하는 어르신 돌봄서비스 현황을 파악하고, 도내 18개 시군 305개 읍면동을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에 '돌봄지원창구'를 설치할 예정이다.

한편 경상남도의 '간병' 관련 조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경남도의회 조인제 의원(국민의힘, 함안2)이 2023년 10월 '경상남도 가족돌봄청소년·청년 지원 조례'를 발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돌봄 부담과 생활고에 있는 청소년 및 청년의 생활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단디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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