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트럼프 정책, 부자감세" vs 트럼프 "최악 인플레, 바이든 정부 탓"

뉴욕=권해영 2024. 9. 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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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트럼프, 첫 TV 토론
시작부터 '네 탓' 공방
이민·낙태·관세 문제 등 놓고 격돌

오는 11월5일 미국 대선을 정확히 8주(56일) 앞두고 10일(현지시간) 열린 대선 TV 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무역, 이민, 낙태 문제 등을 놓고 격돌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6월 TV 토론에서 완패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서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된 이후 처음 치러진 이번 토론에서 두 후보는 물가와 경제 문제를 시작으로 핵심 쟁점마다 정면충돌했다. 두 후보가 지지율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고, 현재로선 추가 토론 일정이 잡히지 않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경우 만회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 양측은 배수진을 치고 팽팽한 공방을 이어갔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은 이날 경합주 가운데서도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ABC 방송 주관으로 열린 TV 토론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카멀라 해리스"라며 악수를 청했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도 손을 맞잡으면서 대면이 이뤄졌다.

두 후보는 토론 초반부터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를 두고 맞붙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4년 전보다 미국인들이 경제적으로 더 나아졌느냐는 첫 질문을 받고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기회의 경제'를 언급하며 자녀 세액공제와 중소기업 지원을 약속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중산층 가정을 위해 자녀 세액공제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아동 세제혜택으로 연간 최대 6000달러의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중산층 자녀로 자랐고 이 무대에서 미국의 중산층과 노동자를 실제로 도울 계획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감세"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공약에 대해서는 날 선 공격을 이어갔다. 해리스 부통령은 관세를 "트럼프 부가세"로 지적하면서 "그가 중소기업과 중산층의 생활을 악화시키고 억만장자의 세금을 감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가 싫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없앴어야 했다"면서 자신이 재임 기간 부과한 대중 관세로 미국이 중국에서 수십억 달러의 관세 수입을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플레이션이 급등했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 시절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었다"며 "내 임기에서는 지금과 달리 인플레이션이 없었다. 그들은 경제를 파괴했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자는 낙태 문제에서도 정면충돌했다. 연방정부 차원의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것과 관련해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가 선출되면 다시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트럼프는 여성의 몸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선 안 된다"며 "낙태권 회복 법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는 거짓말"이라며 "낙태는 이제 연방정부가 아닌 국민의 몫이며 주 차원에서 결정한다. 내 입장은 중요치 않다"고 반박했다.

주요 쟁점 중 하나인 불법이민 문제와 관련해서도 맞붙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과 해리스가 불법 이민자들을 미국에 들여왔다"며 "이들은 미국인들이 차지하는 일자리를 빼앗았고 수많은 범죄자도 함께 들어왔다. 이는 미국 경제에 큰 손실을 낳고 있다"고 공격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극우 정책을 담은 것으로 평가받는 미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해 만든 '프로젝트 2025'에 대해서도 맹공을 이어갔다. 앞서 그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We're nor going back)"이라며 프로젝트 2025를 비판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난 프로젝트 2025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좋은 제안도, 나쁜 제안도 있지만 나랑 관계없는 사람들이 만든 아이디어"라고 반박했다.

한국 시간으로 11일 오전 10시 시작해 90분간 열린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펜, 빈 메모장, 물 한 병만 앞에 두고 토론에 임했다. 사회자 질문에 따라 각 후보에게 2분의 답변 시간이 주어졌다. 답변을 마친 후에는 상대 후보 답변을 반박하는 데 2분, 이에 대한 각 후보의 추가 설명에 1분이 허용됐다. 마이크는 자기 발언 시간에만 켜지고 그 외에는 음소거되도록 했다. 중간광고를 위해 두 번의 휴식시간이 주어졌지만, 캠프 참모와 모두 접촉할 수 없었다.

이번 토론은 현재 초접전 양상인 미 대선 판도 속에 유권자의 표심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 8일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공동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48%, 47%로 박빙을 이뤘다. 경합주에서도 양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7개 경합주 가운데 네바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4개 주(州)에서 양측은 모두 각각 48%의 지지율로 동률을 기록했다. 반면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2%포인트 앞질렀다. 특히 이번 토론이 열린 펜실베이니아는 미국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경합주 7곳 중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19명 배정돼 백악관 입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할 최대 접전 지역이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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