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출 실수요자 보호" 내뱉고 수습 못하는 금감원장

박유진 2024. 9. 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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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부채 관리가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는 보호해야 한다"며 주장해온 '대출 실수요자 보호' 방침이 용두사미 격으로 끝났다.

지난 10일 18개 은행 수장들을 소집한 이 원장은 결국 대출 실수요자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은행 자율에 떠넘긴 채 회의를 마무리했다.

지난주 이 원장은 실수요자 대출에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실수요자들과 간담회를 주재하고, 대책을 논의해보겠다며 은행장까지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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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부채 관리가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는 보호해야 한다"며 주장해온 '대출 실수요자 보호' 방침이 용두사미 격으로 끝났다. 지난 10일 18개 은행 수장들을 소집한 이 원장은 결국 대출 실수요자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은행 자율에 떠넘긴 채 회의를 마무리했다. '미움받을 용기'도 없었으면서 그동안 구두 개입만 일삼았던 것이다.

지난주 이 원장은 실수요자 대출에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실수요자들과 간담회를 주재하고, 대책을 논의해보겠다며 은행장까지 불러 모았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세밀한 메시지를 내지 못해 죄송하다"는 무력한 사과로 퇴로를 모색했다. 간담회 당일 모두발언에서는 직접적으로 실수요자 언급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판단을 은행들의 자율적 결정에 맡기기로 한 만큼 당국 차원에서 재차 언급하기를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예견된 일이었다. 이 원장의 은행장 간담회 전날,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수요자 정의를 할 수 있냐, 기자들도 못 내리는 실수요자 정의를 (당국이) 어떻게 내리냐"고 답답함을 표출했다. 실수요자를 가르는 기준까지 내놓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은행장들을 불러낸 이 원장이 대출 난제의 실마리를 제공할 거라 기대했던 은행권은 다시 한번 고민에 빠지게 됐다. 특히 실수요와 투기수요 사이 모호한 구간, 이른바 '그레이존' 문제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결정권을 은행에 미뤘다.

그간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대출금리를 올리던 은행들은 지난달 "대출금리 인상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는 금감원장 한 마디에 부랴부랴 대출 한도·자격·기간을 전부 손봤다. 2금융권인 보험사까지 거들며 대출 불가 규정을 만들어내자 지난주에는 "실수요자 대출에는 제약이 없어야 한다"는 주문이 더해졌다. 이에 은행들은 자체적인 예외 사유 급조에 나서야 했다.

결국 일선 창구에 혼란을 줘 미안하다는 금감원장의 사과도 의미가 없다. 당국이 실수요자 판단을 은행 자율에 맡긴다고 한 이상, 창구에서 대출 수요자를 맞이해야 하는 은행 직원 입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의 실수요자 심사 관계자는 "당국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나왔으면 갈피라도 잡았을 텐데 바뀐 게 없다"며 "은행장 간담회의 실질적인 결과물이 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명확한 기준 없이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압박을 가하는 모순적인 태도는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게다가 각종 구두 개입으로 은행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는 이 원장을 두고 관치금융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 원장은 자신이 취임 직후 그림자 규제(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행정지도, 심사지침, 구두지시 등) 금융관행을 혁신하겠다며 태스크포스까지 출범시킨 당사자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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