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 고취" "군사정권이냐"…'해맞이 명소' 간절곶 태극기 논란

김윤호 2024. 9. 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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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주년 광복절인 지난달 15일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에서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대형 태극기를 펼치고 있다. 이날 경주시는 가로 7.5m, 세로 5m 크기의 태극기를 높이 30m 게양대에 게양했다. 뉴스1

울산 울주군이 간절곶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검토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애국심 고취를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과 "경관을 해친다"는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둘러싼 논란이 서울 광화문에 이어 해맞이 명소인 간절곶으로 번진 분위기다.

11일 울주군에 따르면, 군은 약 6억원을 들여 45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검토 중이다. 이 게양대에는 가로 12m, 세로 8m 크기의 태극기를 건다는 계획이다. 울주군 측은 "이 사업은 (자발적 검토가 아니라) 지난 7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울주군협의회가 제안서를 보내면서 구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주군 측은 "해맞이 명소라는 상징적인 장소에 대형 태극기를 걸면 볼거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 민주평통자문회의가 제안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태극기 외국인에겐 호감"


간절곶 일출 기다리는 해맞이객들. 연합뉴스
이에 울주군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는 "태극기는 애국심을 고취하고 관광객에게도 호감을 줄 수 있다"며 찬성하지만, "태극기를 설치한다고 애국심이 생기지는 않는다"라거나 "불필요한 비용을 들여 경관을 해친다"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서나 행함 직한 대형 국기 게양대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은 세금을 왜 이런 곳에다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 일색이다"며 "민선 8기 들어 단체장이 잇달아 만드는 조형물을 두고 경관 훼손, 예산 낭비, 시대착오적 발상 등 지적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에 울주군은 지난 4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태극기 게양대 설치 사업 설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에서는 태극기 게양대 설치 찬반과 그 이유, 연령대·거주지 등을 묻고 있다. 또 찬성 이유로는 '애국심과 자긍심 증진'과 '관광 명소화 기여'를, 반대 이유로는 '높은 설치 및 유지비용', '경관과 어울리지 않음' 등을 제시해 복수응답을 구하고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애국주의 등 태극기 게양대 설치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우선 설문조사 결과를 받아본 뒤 구체적인 사업 추진 여부 등을 확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극기 게양대 논란 전국 곳곳에서 발생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가상징 공간 조성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둘러싼 논란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100m 높이 조형물 건립 등을 담은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가 재검토에 들어갔다. 일각에서 '애국주의' '국수주의'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와서다. 경북 경주시는 지난해 황성공원에 56m짜리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추진했다가 시민단체 반대에 부딪혔다. 시는 게양대 높이를 30m로 축소하고 예산을 기존 6억5000만원에서 2억7000만원으로 줄여 재추진했다. 인천 연수구도 내년에 준공 예정인 보훈회관 건물 앞에 35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세우는 사업을 추진하려다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광복절인 지난달 15일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단지 일부 세대에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 뉴스1

정부와 지자체의 태극기 게양대 설치 추진 배경에는 저조한 태극기 게양률도 영향을 쳤다고 한다. 실제 한국리서치가 2022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7%만이 국경일이나 주요 기념일에 태극기를 게양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4%는 태극기를 전혀 걸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18~29세 연령대에선 70%가 태극기를 걸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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