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외반증 수술, 환자 상태 맞는 진단이 우선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의료 정보는 의사와 관련 전문가들만이 아는 '고급 정보'에 속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몇 가지 단어만 검색하면 질병의 원인부터 치료·수술방법까지 정리돼서 나온다. 환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치료에 임하는 것은 좋은 일일 수 있으나,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진료도 보기 전에 '알아보고 왔으니 이 수술로 해달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여태까지 집도했던 무지외반증 수술은 2만여 건이 넘는다. 수술 건수로만 따지면 국내에서는 제일 많은 축에 속할 것이다. 무지외반증 수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딱히 어려워하거나 꺼리는 방식은 없다. 그래서 필자가 수술 방법을 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술기에 따른 숙련도가 아닌 '환자의 상태와 의지'.
최근에 한 젊은 여성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젊은 환자분들은 보통 최소침습술을 원한다. 절개가 적어 흉터부가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최소침습술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교정절골술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그러자 환자는 교정절골술을 원했다. 운동을 좋아했기에 합병증이 최소화되길 원했고 재발률도 낮은 방식을 희망했다. 흉터의 크기는 그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환자는 교정절골술로 수술을 진행했고 단기간에 회복하여 그가 좋아하는 운동을 다시 즐기고 있다.
다른 경우도 있다. 판매 직종에 있는 한 40대 중반 여성은 직업 특성상 맨발이 보이는 구두나 하이힐을 신어야 한다며 상처를 걱정했다. 다행히도 최소침습술로도 가능한 상태였다. 흉터를 최소화하는 것이 환자의 제1의 목표였기 때문에 최소침습술로 수술을 마쳤다.
인터넷 홍보 문구만 보고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일부는 교정절골술은 예전 수술방법이라 낙후된 방식이고 최소침습술만이 최신 방식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틀렸다. 지금도 전체 무지외반증 수술의 절반 이상은 교정절골술로 진행된다. 휘어진 발가락 절개 후 뼈를 맨눈으로 보고 진행하기 때문에 예후가 좋다. 휜 발가락을 확실히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 다른 수술보다 합병증 발생률이 낮다. 과거에는 교정절골술이 통증이 심하다는 오해도 있었지만 지금은 수술기법이 발전해 과거에 비해 60% 이상 통증이 줄었다. 절개 부위도 작고, 녹는실로 봉합해 상처가 크게 눈에 띄지도 않는다.
최소침습술은 2∼3㎜ 가량의 미세한 절개만 한다. 눈으로 보고 하는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절골술보다 까다로우며 그래서 의사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 휘어진 각도가 중등도 이상으로 매우 심하거나 환자에게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최소침습술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또 수술경험이 적은 경우 고정이 덜돼 재발률이 좀 더 높을 수 있다. 수술 후 흉터는 확실히 교정절골술에 비해 적다.
무지외반증 수술 후, 휘어진 엄지가 고정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고정 장치를 단다. 일반 병원에서 많이 하는 방식은 나사를 이용한 고정 방식이다. 4㎜가량 되는 이 나사는 고정력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환자들 중 상당수는 이 고정 장치를 빼길 원한다. 그러나 나사의 굵기 때문에 제거 시 통증이 수반되기도 하며 또 고착이 되어 제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부러지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는 나사 대신 핀을 자주 이용한다. 핀은 1∼2㎜에 불과하며 제거에도 용이하다. 하지만 무조건 핀이 더 좋은 것은 아니다. 나이가 많은 환자, 무지외반증 정도가 심한 환자, 제거가 불필요한 환자에게는 여전히 나사가 가장 적합한 대안일 수 있다.
이처럼 각 수술마다 장점이 있고, 고유의 수술방식 때문에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이걸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의사의 몫이다. 선택은 환자의 권리이기도 하다. 특정 방식만이 좋다고 권하는 것보다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것을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족부전문의가 해야 할 일이다.
(*이 칼럼은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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