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장 홍명보 "황희찬 선발? 자신 있었다…후반전 변화에 선수들 잘 대응"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오만 무스카트, 나승우 기자)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황희찬 선발 카드가 적중한 것에 대해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경기장에서 열린 오만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2차전서 3-1 진땀승을 거뒀다.

전반 10분 황희찬의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 포로 앞서간 대표팀은 전반 중후반부터 체력 저하를 보이더니 추가시간 정승현의 자책골로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 초반 손흥민이 얻어낸 페널티킥이 5분이 넘는 비디오판독(VAR) 끝에 취소되고, 후반 추가시간이 16분이나 주어지는 등 악재가 잇따랐지만 손흥민의 왼발 결승포, 주민규의 쐐기골이 터지며 힘겹게 승리를 가져왔다.

지난 팔레스타인전서 0-0 충격 무승부를 거뒀던 대표팀은 오만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같은 시간 팔레스타인을 3-1로 물리친 요르단에 이어 2위(승점 4)에 올랐다.

이날 홍 감독은 유럽파를 공격 전면에 배치하는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한국은 오만 원정에서 4-2-3-1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예상대로 조현우 골키퍼가 골문 앞에 선 가운데 백4는 왼쪽부터 이명재,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로 구성됐다. 더블 볼란테로 박용우, 황인범이 포진한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론 이강인이 낙점받았다. 전방 스리톱은 손흥민, 오세훈, 황희찬으로 완성됐다.

지난 경기와 비교해 5명이 바뀌었다. 나이가 많은 정우영, 김영권이 빠지고 박용우와 정승현이 이들을 대신했다. 레프트백으로 나섰던 설영우가 오른쪽 황문기를 대신했고, 이명재가 레프트백으로 출전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이재성이 아닌 이강인을 두고 오른쪽에 황희찬을 선택했으며 최전방에 주민규 대신 폼이 좋았던 오세훈을 배치했다.

홈팀 오만은 4-4-2 전형을 꺼내들었다. 이브라힘 알무카이니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알리 알부사이디, 모하메드 알무살라미, 아흐메드 알카미시, 아마드 알하르티가 수비를 맡았다. 압둘라흐 파와즈 하립 알사디, 자밀 알야흐마디, 나세르 알라와히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압둘라흐만 알무샤이프리, 무센 알가사니가 최전방 투톱으로 출격했다. 지난 경기 부상으로 교체됐던 알무살라미와 알카미시가 모두 정상 출전했다.

2만8000여명의 오만 관중들이 엄청난 야유를 보낸 가운데 대표팀이 '돌격대장' 황희찬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전반 10분 박스 밖 중앙에서 공을 잡은 황희찬이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오만 골망을 갈랐다. 홍명보 감독의 선택이 적중했다.

전반 중반 이후 오만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 31분에도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왔고, 정승현이 힘겹게 걷어냈다. 오만이 다시 공을 잡아 공격을 이어갔고, 알부사이디가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공은 골문 위로 크게 넘어갔다. 

전반 37분 오만이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알야흐마디가 박스 오른쪽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때렸다. 하지만 대표팀에는 조현우가 있었다.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막아냈다.

전반 막판으로 갈수록 더위에 지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에 부친 모습을 보였다. 이를 틈 타 오만이 맹공을 펼쳤다. 결국 오만이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 추가시간 알사디의 프리킥이 정승현의 머리를 스친 뒤 그대로 대표팀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오만이 역습을 통해 추가골을 노렸고, 이강인이 이를 저지하려다가 옐로카드를 받으면서 1-1로 전반전이 종료됐다.

전반전을 주도한 건 대표팀이었다. 점유율 6-4, 유효 슈팅 4-1, 패스 성공률 93%-83%, 코너킥 6-2 등 대부분 지표에서 크게 앞섰지만 추가시간 단 한 번의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

대표팀은 후반 10분 이강인의 반대전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얻어내 앞서갈 기회를 잡았다. 손흥민이 먼저 볼을 소유했는데 상대 수비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손흥민이 직접 키커로 나서기 위해 공을 들고 박스 안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마닝 주심이 경기를 멈춰세웠다. 비디오판독실과 교신 끝에 비디오판독(VAR)을 하러 갔다. 거의 5분 가까이 확인했고, 오만 관중들은 페널티킥 선언을 취소하라며 소리를 질렀다. 확인을 끝낸 마닝 주심은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면서 두 손을 교차시켰다. 페널티킥이 아니라고 앞선 판정을 번복한 것이다.

대표팀이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앞서가기 시작했다. 해결사는 역시 손흥민이었다. 박스 밖에서 이강인의 패스를 건네 받은 손흥민은 수비와의 경합을 이겨낸 후 빙글 돈 뒤, 오른발로 접고 왼발로 때렸다. 공은 골문 왼쪽 하단에 꽂혔다. 골키퍼가 손을 뻗어봤지만 워낙 완벽한 궤적이었기에 막을 수 없었다.

후반전 추가시간은 16분이나 주어졌다. 오만이 맹공을 펼쳤지만 오히려 교체투입된 주민규가 쐐기골을 작성하며 대표팀이 3차예선 첫 승을 가져갔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 감독은 "어려운 경기였고, 힘든 상황에서 승리를 가져온 선수들에게 축하한다고 전하고 싶다. 우리가 준비한대로 잘 됐다. 득점한 부분도 마찬가지"라면서 "다만 전반 후반에 처지는 느낌, 실점한 것이 아쉬웠다. 실점하지 않고 전반전을 마쳤어야 했다. 준비한 기간이 짧긴 했지만 전체적으론 좋았다. 승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후반에 변화를 준 선수들이 잘 대응해줬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희찬을 중앙으로 기용한 배경에 대해선 "우리 팀에 가장 장점이 될 수 있는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이 같이 경기한 게 많은 것 같지는 않았다. 황희찬은 1차전에 좋은 모습 보여줬다. 오늘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가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 오늘 결과는 충분히 얻을 만한 결과였다"고 황희찬이 크게 활약해 줄 것으로 믿었다고 설명했다.

전반 중후반 이후 밀린 이유에 대해선 "선취골을 넣고 밀린 상황은 수비 위치가 전체적으로 내려가다보니 상대에게 공격 상황을 쉽게 줬던 거 같다"면서 "후반에는 선수들이 잘 올라가면서 전술적으로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고 되짚었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