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 보고 안심했다가 채소값 보고 근심 커졌다

구은모 2024. 9.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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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해 급등세를 보인 과일값은 일제히 하락했지만 배추와 무 등 채소가격은 크게 올라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졌다.

수요에 비해 올여름 무더위에 따른 가뭄 등으로 작황이 부진한 것이 가격에 반영되면서다.

같은 기간 무 1개 가격은 3700원으로 한 달 전(3009원)과 비교해 23.0% 올랐다.

시금치 100g 가격은 4196원으로 한 달 전(1840원)보다 무려 128.0%나 올랐고, 지난해 같은 기간(2724원)보다 54.0% 비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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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으로 다가온 추석 물가 비상
시금치 100g 4196원…전달보다 2배 이상 올라
배추·무 가격도 전년比 29%·45%↑
여름 무더위에 작황 부진 원인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희경씨(42)는 지난 주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야채 코너에서 화들짝 놀랐다. 시금치 한 단(250g)에 8900원이라고 적힌 가격표를 확인하고서다. 이씨는 "한 달 전 시금치 가격이 한 단에 4000원대일 때도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 가격이 두 배가량 올랐다"면서 "최근 채소값이 비싸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고객이 채소 판매대를 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추석 연휴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차례상에 많이 오르는 시금치와 도라지, 고사리 등 나물류를 포함한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키우고 있다. 올여름 무더위로 인한 가뭄 등으로 수요에 비해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배추와 무 등 가정에서 식재료로 많이 쓰이는 야채 가격도 평년 대비 30% 안팎으로 상승했다. 일부 마트에서는 가격이 비싼 채소의 입고를 잠정 중단해 매대에 상품이 없는 경우도 있다. 당정은 정부 가용물량의 공급을 최대한 늘리는 등 추석 물가 안정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시금치 100g 가격은 4196원으로 한 달 전(1840원)보다 128.0%나 올랐고, 지난해 같은 기간(2724원)보다 54.0% 비싸졌다. 명절 나물류로 소비가 많은 삶은 고사리는 대형마트를 기준으로 300g 가격이 1만927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9754원) 대비 12% 상승했다. 같은 기간 깐 도라지 300g 가격도 13.8% 인상된 1만1021원으로 나타났다.

다른 주요 야채 품목의 가격도 추석을 앞두고 고공행진하고 있다.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7096원으로 1개월 전(5499원)보다 29.0% 상승했다. 이는 전년(5522원) 대비 28.5%, 평년(6260원)과 비교해서는 13.4% 오른 가격이다. 같은 기간 무 1개 가격은 3700원으로 한 달 전(3009원)과 비교해 23.0%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2551원)과 비교하면 45.0% 상승했고, 평년(2745원)과 비교해도 34.8% 오른 가격이다.

강원 춘천시 내 한 로컬푸드 매장의 신선 채소 매대에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금치 판매 중단을 알리는 글이 적혀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배추와 무는 지난달 폭염과 열대야로 작황이 부진했던 데다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 지난해 추석 때보다 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 배추는 8월 고온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작황이 부진해 생산량이 감소했고, 9월 출하량도 전년 대비 2%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무 역시 8월 주산지의 평균온도가 24.5도로 지난해(22.4도)는 물론 평년(21.9도) 대비 2도 이상 상승하면서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배추와 무 가격이 상승하면서 김치 수입량은 크게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김치 수입량은 1만5702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

이 밖에 당근값도 1㎏당 7532원으로 1년 전(6322원)보다 19.1%, 평년(4060원) 대비 85.5% 올랐고 상추(28.7%)와 풋고추(36.1%), 애호박(16.2%), 오이(15.6%), 알배기배추(11.4%), 양파(4.0%) 등 대부분의 채소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승했다.

채소값과 달리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과일 가격은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추석 ‘금(金) 사과’로 불렸던 사과(홍로·10개)는 이달 9일 기준 소매가격이 2만5345원으로 전년 동기(2만9561원) 대비 14.3% 내렸다. 배(신고) 가격은 10개 기준 2만831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7288원)과 비교해 3.8% 올랐지만 한 달 전(7만6077원)보다 62.8%, 평년과 비교해도 18.6% 하락했다. 이 밖에 포도(거봉·2㎏) 가격은 2만2429원, 감귤(10개)은 885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0%와 9.6% 내렸다.

고온과 가뭄 피해가 컸던 채소 품목과 다르게 사과의 경우 병해충 발생 감소와 태풍의 피해가 없어 생육환경이 전반적으로 양호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냉해 피해로 가격이 폭등했던 사과는 올해 기상재해가 적고 재배 환경이 양호하면서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5%가량 증가한 49만2000t 안팎으로 예상된다. 홍로의 생산량도 전년 대비 19.2% 증가한 8만9000t 안팎으로 예상되면서 추석 성수기의 공급도 원활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추와 무 등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자 정부와 국민의힘, 농축산 관련 단체는 전날 추석 성수품 수급 점검 관련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수급 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당정은 "추석 대표 성수품인 사과와 배는 2024년산 출하량 증가로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격이 다소 높은 배추는 정부 가용물량 공급을 최대한 늘리고, 민간 출하 물량 확대를 위해 출하 장려금도 상향해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지난해보다 7.4~8.4%가량 오른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17% 정도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서울시 8개 자치구 내 대형마트·전통시장·가락시장(가락몰) 총 25곳을 대상으로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을 조사한 결과 6~7인 가족 기준 올해 대형마트 구매비용은 평균 28만8727원으로 전년 대비 8.4% 상승했고, 전통시장 구매비용은 평균 24만785원으로 전년 대비 7.4% 상승했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보다 임산물(대추·밤), 나물류(고사리·도라지), 채소류(시금치·대파·알배기배추), 수산부류(다시마·동태살 등), 축산부류(돼지고기·닭고기 등), 가공식품(부침가루·두부·약과 등)이 저렴했고, 대형마트는 과일류(배)와 가공류(청주·식혜·다식·맛살·밀가루)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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