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1곳씩만 집중 육성…'초등 신입생 45명' 군위군의 실험
대구광역시 군위군에 있는 우보초등학교는 전교생이 ‘임원’ 자리를 하나씩 맡고 있다. 학생 수가 4명에 불과해 2학기 선거에서 전교 회장과 부회장, 두 학급의 반장에 모든 학생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개학 전에 2명이 대구로 전학을 가면서 학교 규모가 더 작아졌다”며 “올해는 1학년 신입생이 아예 없었고, 내년에도 1명만 입학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대구에 편입된 군위군에는 초등학교 8곳과 중학교 5곳, 고등학교 1곳 등 총 14개 학교가 있다. 이중 우보초를 포함한 9곳은 전교생 2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다. 그마저도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줄줄이 폐교될 위기를 겪고 있다.
지방소멸 맞서 ‘거점학교’ 육성한다
이에 대구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지방 소멸에 맞서 학교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새로운 학교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군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군위초·중·고를 ‘거점학교’로 육성해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6일 군위군민회관 대강당에서는 지역 주민 1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군위 교육 학부모 설명회’가 열렸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에게 거점학교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 내년 군위군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는 45명입니다. 학생 수는 줄어들고 교육의 질도 같이 나빠지고 있죠. 그렇다 보니 학생들이 학교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거나, 학습 동기를 부여받을 기회가 극도로 제한되고 있습니다. "
강 교육감은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거주지 이전 없이 거점학교로 전학할 수 있게 통학 구역을 조정하고, 시설과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통학 거리가 먼 학생에게는 통학 택시를, 중학교에는 기숙사 확대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은희 교육감 “작은 학교 살리기 실패…시스템 한계 극명”
강 교육감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 20~30년간 작은 학교 살리기를 해왔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며 “선생님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시스템의 한계가 너무나 극명하다”고 말했다. 방과 후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해 달라는 수요를 맞출 수 없고, 수업 시간에 학년 별로 모둠 활동을 진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인구 감소 추세를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렸다. 군위군 초·중·고생은 2008년 1835명에서 올해 850명으로 줄었다. 2028년에는 724명으로 더 내려갈 전망이다. 20년 사이에 학생의 60%가 증발하는 셈이다. 군위군의 한 초등 교장은 “제1 스승이 교사, 제2 스승은 또래 친구인데 군위에는 서로 보살펴줄 친구가 없다”며 “한 학년에 한 명뿐이니 매번 1등이라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학교의 규모는 교육의 질과도 직결된다. 학생이 적은 초교는 2개 이상의 학년이 함께 수업을 듣는 복식 학급이 불가피해진다. 중·고등학교에선 2개 이상의 학교를 순회하며 가르치는 순회교사, 전공과목 외 2과목 이상을 가르치는 상치교사가 많아져 깊이 있는 교과 학습과 교류가 어렵다는 평가다.
“전국 유일 초·중·고 IB 거점학교 만들겠다”
대구의 우수 교원을 거점학교에 배치하고, 초6부터 고3까지 단계별 대입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IB 교육으로 알려진 대구·제주 교육청에는 이미 전입·전학 문의가 많다는 점에서 인구 유입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 신지은씨는 “교육 측면에서 서울이 (군위를) 20년은 앞선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 양질의 교육을 통해 지역 격차가 줄어들기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학부모 어경진씨는 “큰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전까진 동네 어르신들의 걸음걸이와 말투를 따라 하더라”며 “적정 규모의 또래 집단이 있는 학교에서 학습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의 통폐합…‘줄전학’ 나오면 1년 안에 휴교”
군위군의 한 초등 교사는 “내년 3월을 기점으로 전학이 많아질 것 같은데, 남은 아이들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학생 수가 줄어든 학교는 1년도 못 가 휴교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환경이 좋은 거점학교로 가겠다는 아이들을 막아서기도, 선뜻 보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단순히 학교를 연계·결합하는 것만으로는 폐교 쓰나미를 막기 어렵다”며 “학교를 보건소나 관공서와 결합하는 식으로 지역사회와 벽을 허물어 사람이 오가는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서지원 기자, 최민지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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