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80 배터리 양산 채비…LG엔솔·파나소닉, 테슬라만 바라본다

윤성민 2024. 9.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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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일본 와카야마현 키노카와시에 있는 파나소닉 에너지 공장의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파나소닉이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4680 배터리 양산 준비를 마쳤다고 로이터통신·블룸버그 등 외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테슬라 등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에 4680 배터리 샘플을 보냈고, 고객사가 승인하면 바로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4680 배터리는 파나소닉의 일본 와카야마현 서부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4680 배터리는 지름 46㎜·길이 80㎜의 원통형 배터리로, 테슬라가 2020년 9월 ‘배터리 데이’에서 처음 상용화를 발표했다. 기존 주력 제품인 2170(지름 21㎜, 길이 70㎜)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 출력, 주행거리가 향상된 반면 생산 단가는 더 낮출 수 있어 차세대 배터리로 불린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기차 화재 위험성도 더 낮다. 현재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에 테슬라 자체 생산 4680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테슬라에 4680 공급하는 LG엔솔과 파나소닉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월 21일 오후 첨단산업 클러스터 현장방문 일환으로 충북 청주 소재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를 방문, 생산라인을 시찰하며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4680 배터리 생산 기술은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의 파나소닉이 가장 앞서 있다. 두 회사는 테슬라가 2170 등 기존 원통형 배터리 등을 사용할 때부터 납품해왔는데, 테슬라가 4680 배터리 상용화를 발표한 뒤 본격 개발에 뛰어들었다. 다른 배터리 회사 관계자는 10일 “테슬라가 4680 배터리를 발표한 뒤에 납품의 연속성을 고려해 두 회사에 4680 배터리 개발도 요청한 것으로 안다. 테슬라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두 회사가 사실상 테슬라의 4680 배터리 벤더(공급업자)”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4680 배터리 납품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도 이미 4680 배터리 양산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오창공장의 4680 신규 라인은 준비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3분기 말~4분기 초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도 파나소닉과 마찬가지로 테슬라에 샘플을 보냈고, 테슬라의 요청이 있으면 바로 생산할 수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두 회사가 4680 배터리를 아직 양산하지 않는 건 기술력 문제가 아닌 수요 문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테슬라 역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고 있는 만큼 당장 많은 양의 4680 배터리가 필요하지 않다. ‘사 줄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 4680 배터리 양산도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가 발표한 양산 시점도 테슬라가 생산 요청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점이다. 현재 테슬라 사이버트럭에 실리는 4680 배터리는 테슬라의 자체 생산 제품이다.


“LG엔솔·파나소닉, ’레디, 큐’ 대기중”


지난 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오토살롱위크'에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전시돼 있다. 뉴스1
2020년 9월 22일(현지시간) 테슬라가 공개한 4680 배터리(직경 46㎜, 높이 80㎜의 원통형 배터리). 탭리스 방식으로 효율을 높여 기존 배터리보다 5배의 에너지 밀도, 16%의 주행거리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 배터리 데이 영상 캡처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의 발표나 보도 톤을 봤을 때 파나소닉이 더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는 것 같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두 회사의 4680 배터리는 비슷한 수준이다. 둘 다 테슬라의 ‘레디, 큐’ 사인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둘 다 ‘출하’라는 표현은 쓰지 못하고 있는데, 테슬라가 언제 생산을 요청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4680 배터리를 양산하기 시작하면 수익성은 상승할 것으로 업계와 증권가는 보고 있다. 파우치형이나 각형 배터리는 완성차 업체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줘야 하는 ‘수요 맞춤형’ 상품이다. 반면 원통형은 규격화 돼 있다보니 생산성이 높다. 정진수 흥국증권 연구원은 10일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글로벌 인도가 본격화됐고, 2025년 초 모델Y 주니퍼 출시를 앞두고 있어 배터리 수요가 늘 것”이라며 “수익성 높은 원통형 전지 중심으로 주문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특히 4680 배터리 생산라인 가동률이 지속 상향됨에 따라 수익성 개선 여지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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