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영한 (30·끝) “여호와 하나님 나라 위해 목숨 다해 섬기고 싶다”

양민경 2024. 9. 1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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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나님을 증거하고 찬양하는 신학을 하기 위해 철학을 공부했다.

그렇기에 내가 추구한 철학은 본래부터 신학적 철학이다.

나는 독일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나 칼 바르트의 신정통주의엔 동의할 수 없었다.

내 저서 '바르트에서 몰트만까지'에서 밝힌 바와 같이 바르트 신학에는 구체적인 역사가 없고 성경의 영감설이 주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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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신학 공부하며 틸리케 영향
한국교회와 신학계 신앙 선배들에게
신앙 목회 등 배우며 큰 영향 받아
숭실대 34년 재임 동안 230편 출간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이 최근 서울 서초구 기독교학술원 집무실에서 그간 집필한 저서를 설명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나는 하나님을 증거하고 찬양하는 신학을 하기 위해 철학을 공부했다. 그렇기에 내가 추구한 철학은 본래부터 신학적 철학이다. 기독교 철학이란 계시적 사유에서 전개하는 신앙 우위적 사유다. 기독교 신학과 그 사유적 본질에서는 다르지 않고 단지 대상의 차이만 있다.

조가경 교수에게 수학한 서울대 철학과 시절 현상학적 사유에 대한 독일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았다. 현상학적 사유는 편견을 제거하고 ‘사상 그 자체로’ 나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현상학적 사유는 유아(唯我)론적 사유 차원에 그치고 타자와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진 못한다. 프랑스 기독교 철학자 폴 리쾨르는 인간 사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죄성을 인정하면서 현상학적 사유를 해석학적 사유로 전환했다. 그는 성경 말씀으로 인간에게 다가오는 하나님 계시에 대해 열려 있었다. 철학은 ‘초풍성의 법칙’(law of superabundance)을 제시하는 계시를 통해 풍성해진다.

나는 독일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나 칼 바르트의 신정통주의엔 동의할 수 없었다. 내 저서 ‘바르트에서 몰트만까지’에서 밝힌 바와 같이 바르트 신학에는 구체적인 역사가 없고 성경의 영감설이 주관적이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인격적 관계보다는 예수 그리스도가 원리적으로 이해되며 예정론을 보편 기독론적으로 해석한다. 바르트가 독일 본대학교 교수 시절 학생이었던 복음주의 조직신학자 헬무트 틸리케는 바르트의 신학에 대안을 제시했다. 틸리케는 ‘개신교 신앙’과 ‘기독교 윤리학’ 등의 저서에서 현대 신학 속 ‘데카르트적 사유’의 한계성을 지적하며 말씀에 대한 성령론적 반성으로 계시적 사유를 제시했다. 나는 틸리케의 신학과 윤리로부터 사유의 영향을 받았다. 저서 ‘헬무트 틸리케’가 그 연구의 작은 결실이다.

한국교회와 신학계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다. 한국 복음주의 신앙 선배인 박형룡 목사의 정통 개혁신학과 박윤선 목사의 계시 우위의 사유, 한경직 목사의 청교도적 포용 목회, 김창인 목사의 효성 신앙 목회 등이다. 신학자 차영배에게는 순수한 성령론적 사유를, 박조준 목사에겐 청교도 신앙 목회를 배웠다. 오늘날까지 42년간 기독교학술원에서 봉사할 수 있던 건 1982년 당시 차영배 총신대 교수께서 숭실대로 찾아와 후학에게 “성령을 인정하는 정통 개혁신학을 해보자”는 다정한 권유에 기인했다. 이에 동의해 기독교학술원이 오늘에 이르렀다. 매 학기 기독교학술원에서 영성 강의를 해온 김명혁 목사는 올해 2월 미자립교회에 설교하러 가다 교통사고로 별세했다. 김 목사는 신행일치의 순교적 삶을 보여준 귀감의 선배였다.

숭실대에서 1983년부터 34년간 봉직한 나는 2012년에 정년퇴임을 했다. 재임 동안 출판한 논문은 ‘현상학과 신칸트주의’ ‘현상학이란 무엇인가’ ‘기독교 철학의 가능성 근거와 과제’ 등 230편이다. 편역서는 ‘루터신학 개요’, 편저는 ‘기독교와 문화’ 등 20여권이다. 단행본은 ‘바르트에서 몰트만까지’ ‘하이데거에서 리쾨르까지’ ‘포스트모던 시대의 세계관’ 등 23권이다. 정년 퇴임 후 12년이 훌쩍 지나 이제 팔순(旬)을 내다본다. 앞으로도 이 말씀을 새기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목숨 다해 섬기고 싶다.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 모든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 여호와의 인자하심은 자기를 경외하는 자에게 영원부터 영원까지 이르며.”(시 103:2, 17)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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