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홍명보 살렸다…1골 2도움, 오만에 3대1 승리
홍명보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한 축구대표팀이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첫 승을 기록했다. 플레이메이커 이강인(파리생제르맹)과 주장 겸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절체절명의 순간 득점과 도움 2개로 값진 승리를 선사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11일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스타디움에서 끝난 대회 B조 2차전 원정 경기에서 전반 10분 황희찬(울버햄프턴)의 선제골과 후반 37분 손흥민의 추가골, 후반 추가 시간 주민규(울산)의 쐐기골을 묶어 오만(76위)을 3-1로 꺾었다.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96위)과 1-1로 비긴 홍명보호는 부담스런 중동 원정에서 출범 후 첫 승을 거뒀다.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첫 승이기도 했다.
선제골은 전반 10분에 나왔다. 상대 위험지역 왼쪽 측면을 파고든 손흥민이 크로스를 올려줬고, 정면에 있던 황희찬이 볼을 받아 감각적인 터치로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낮고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오만의 골대 왼쪽 구석을 꿰뚫었다. 황희찬이 자신의 65번째 A매치에서 기록한 15번째 골.
하지만 이른 선제골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 했다. 전반 중반 이후 오만이 압박의 강도를 높이며 흐름을 조금씩 바꿔나갔고, 전반 종료 직전 상대가 세트피스 찬스에서 득점포를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볼이 걷어내려던 수비수 정승현(알와슬)의 머리를 맞고 굴절돼 우리 골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국은 후반 초반 아쉽게 추가 골 찬스를 놓쳤다. 후반 6분께 손흥민이 상대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수비수와 볼을 경합하다 넘어졌다. 당초 주심의 판정은 페널티킥이었다. 느린 화면으로도 수비수가 몸싸움 과정에서 손흥민의 발뒤꿈치를 걷어차는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을 거쳐 무효 처리됐다. 5분 넘게 리플레이 화면을 들여다 본 주심은 두 선수가 경합하기 직전 장면에서 손흥민이 상대 선수를 밀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소강상태에 접어든 흐름을 깬 건 손흥민의 속 시원한 득점포였다. 후반 37분께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상대 수비수 3명 사이를 뚫고 전진 패스한 볼을 손흥민이 상대 위험지역 정면에서 받은 뒤 신속하게 방향을 바꿔 짧고 간결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카타르월드컵과 카타르 아시안컵을 거치며 나란히 한국축구의 득점 방정식으로 자리 잡은 ‘이강인 도움-손흥민 골’ 공식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에 후반 추가 시간이 무려 16분이나 주어졌는데, 우리 선수들은 과도한 추가 시간을 추가 득점의 기회로 삼았다. 전광판 시계가 100분을 가리킬 무렵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주민규가 득점포를 터뜨려 홍명보호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득점 직후 주민규는 축구공을 배에 넣고 하트를 그려 보이는 세리머니로 2세 탄생을 앞둔 예비 아빠의 기쁨을 표현했다.
홍명보 감독의 과감한 전략 변화도 주효했다. 1-1로 맞선 후반 25분께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의 위치를 중앙수비수 근처로 끌어내리고 좌우 풀백 이명재(울산)와 황문기(강원)를 공격 지역으로 올려 보내 공격 가담 인원을 늘린 작전이 맞아 떨어졌다. 손흥민과 황희찬, 이강인이 상대 위험 지역 정면에 나란히 포진해 파상 공세를 펼치면서 상대 수비진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후 여러 차례 슈팅 기회가 열렸다.
홍 감독은 앞서 치른 팔레스타인전과 비교해 5명을 바꾼 선발 명단을 가동했다. 오세훈(마츠다 젤비아)을 최전방에 세우고 2선에 손흥민과 황희찬, 이강인을 배치했다. 황희찬은 전방으로 올라가 오세훈과 투톱을 이루기도 하고 2선 또는 3선으로 내려서기도 하며 공격에서부터 중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역을 누볐다.
3선에는 황인범(페예노르트)과 박용우(알아인)를 배치하고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이명재(울산)-김민재(바이에른 뮌헨)-정승현(알와슬)-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로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울산)에게 맡겼다.
후반에는 황문기(강원), 정우영(울산), 주민규(울산), 엄지성(스완지시티) 등을 줄줄이 투입해 변화를 줬다.
한편 A조의 북한은 한 명이 퇴장 당한 상황에서 ‘아시아 챔피언’ 카타르와의 맞대결을 2-2 무승부로 마쳐 아시아 3차 예선 첫 승점을 기록했다. 반면 C조에서는 중국이 한 명이 부족한 사우디아라비아에 1-0으로 앞서가다 2연속 실점하며 1-2로 역전패해 2연패 부진에 빠졌다. 한국인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C조의 인도네시아는 조별리그 최강 호주와의 홈 경기를 1-1 무승부로 이끌어 두 경기 연속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인도네시아는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정경기도 1-1 무승부로 마친 바 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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