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중식이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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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다 보면 문득 멍해질 때가 있다.
쓸쓸하지만 공허하지 않고 고독하지만 외롭지 않은 이유는 내 마음을 당신의 마음처럼 노래하는 이가 있고 당신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듣는 이가 있어서다.
어쩌다 한 번씩 그의 노래가 귓가에 닿으면 메말랐던 마음이 젤리처럼 말캉거리고 투명해져서 깊이 감춰두었던 속내를 다 들키고 만다.
중식이는 대체 어떤 날들을 보내고 어떤 마음을 담아 이 노래를 짓고 불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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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다 보면 문득 멍해질 때가 있다. 단단하게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뚫고 들어오는 뜨끈한 위로 때문에. 입 밖으로 손끝으로 뱉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무슨 수로 용케 알아채고 이리 힘껏 달래주는가 싶은 것이다. 그가 나와 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내가 그와 닮은 사람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는 우리는 다른 이름과 얼굴과 목소리로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일을 하고 다른 이와 부대끼며 살아왔지만, 비슷한 고뇌와 상처를 안고 비슷한 사랑과 소망에 기대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가 3분 남짓한 노래를 통해 보내온 위로는 우리가 서로의 인생에 직접 관여할 수 없는 타인일지언정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쓸쓸하지만 공허하지 않고 고독하지만 외롭지 않은 이유는 내 마음을 당신의 마음처럼 노래하는 이가 있고 당신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듣는 이가 있어서다. 요즘은 가수 중식이의 ‘나는 반딧불’에 마음이 일렁인다. 어쩌다 한 번씩 그의 노래가 귓가에 닿으면 메말랐던 마음이 젤리처럼 말캉거리고 투명해져서 깊이 감춰두었던 속내를 다 들키고 만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란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그는 실망하고 좌절한 듯, 그러면서도 인정과 응원을 담아 다독이는 듯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식이는 대체 어떤 날들을 보내고 어떤 마음을 담아 이 노래를 짓고 불렀을까. 아마도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었는가 보다.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니? 너도 나와 같은 곳이 아팠니?’라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응, 그랬어. 나도 아팠어.’ 그리하여 중식이는 긴 세월 동안 멈추지 않고 노래를 하는 것이겠지.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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