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중북마’정권, ‘중일마’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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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경남 양산을 찾아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 민생뿐 아니라 안보 문제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전달한 외교안보 분야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보면 "아쉽다. 안타깝다"는 말이 수도 없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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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경남 양산을 찾아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 민생뿐 아니라 안보 문제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의 재집권’ 대목에서 궁금증이 생겼다. 한국에서 민주당이 다시 대권을 잡고, 그보다 앞서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트럼프가 다시 김정은을 만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재가동될까.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전달한 외교안보 분야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보면 “아쉽다. 안타깝다”는 말이 수도 없이 반복된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대단한 결실을 맺을 것만 같았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2019년 하노이 노딜로 허무하게 빠그라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정상을 봤죠. 정상을 봤고…. 언젠가 다시 노력이 재개된다면 그때는 정상에 오를 거라고 믿습니다.”
당시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모두가 기억하듯이 박력 있게 밀어붙였고 괄목할 성과도 냈으며, 하노이에서 실패하기 전까지는 말 그대로 한반도의 평화를 이뤘었다.
하지만 핵심 당사자 3인(문재인·김정은·트럼프)은 진심과 선의로 충만했는데 마이크 펜스, 존 볼턴, 아베 신조와 같은 훼방꾼들의 개입과 농간으로 협상이 틀어졌다는 인식은 좀 유치하다. 이제는 주인공의 선의를 믿어주는 순진함을 사람들에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린 딸에게 미사일 쏘는 걸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오물 풍선을 줄기차게 내려보내는 김정은에게서 다시 어떤 긍정적인 진심을 느낄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한반도에 긴장 상황이 지속되는 한 한·미·일 안보 협력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면서도 “한·미·일 안보 협력이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거나 북·중·러 연대와 대결하는 양상이 되는 것은 극구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건 그냥 한·미·일 안보 협력을 하지 말자는 얘기다. 미·중, 미·러가 갈등하는 와중에 우리가 중·러 모두와 척지지 않고 잘 지내는, 균형 외교라는 게 가능하다는 주장은 헛소리로만 들린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로 이름 높은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푸틴의 나팔수’라는 비난을 받았다. 전쟁의 책임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에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인데, 최근 펴낸 책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에서도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역설했다. 친러 어용학자의 옹고집으로 보이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도덕·윤리적 판단을 배제하고 국가의 생존만을 추구하는 철저히 현실주의적 입장을 취한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다.
중국을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는 미어샤이머는 한국이 미국·일본과의 협력 강화로 중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그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박사논문 지도교수였다는 인연이 영향을 미쳤는지 윤석열정부는 한·미·일 공조를 추구한다. 최근 논란이 됐던 김 차장의 ‘중일마’(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발언을 따온다면 정권에 따라 정책 기조가 ‘중북마’(중요한 건 북한의 마음)에서 ‘중일마’로 옮겨갔다고 할 수도 있겠다.
미·중 패권 경쟁을 정확하게 예측했던 미어샤이머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 없고, 회담이 실패한다면 위험한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냉철하기 그지없다. 어떤 거룩한 가치나 신념에 기대는 건 위험하다. 냉엄한 현실 인식만이 살길이다.
천지우 국제부장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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